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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1만번째 항공 엔진 출하…"이젠 독자 엔진에 도전"

중앙일보

입력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엔진 시운전실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만 번째로 엔진 'F404'의 출고 전 최종 연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엔진 시운전실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만 번째로 엔진 'F404'의 출고 전 최종 연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난 12일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엔진 시운전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 번째 엔진 ‘F404’가 출고 전 마지막 연소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5, 4, 3, 2, 1. 카운트 다운 끝에 시운전 레버가 당겨지자 굉음과 함께 F404 엔진이 점화됐다. 엔진 뒤쪽으로 푸른 화염이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시운전 성공”이란 외침이 시운전실에 울려 퍼졌다.

창원1사업장은 전투기·헬기·함정·발사체 등에 탑재되는 각종 엔진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날 엔진조립동에는 1979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삼성정밀공업)가 출범 후 2년 만에 처음 생산한 F4 전투기용 엔진 ‘J79’부터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용 ‘F414’까지 그간 생산된 엔진 십여대가 연대별로 전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J79 엔진의 창정비 생산(장비를 완전 분해 후 부품을 점검·수리하고 조립해 첫 제작 당시와 동일한 성능으로 재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1982년에는 국내 최초 전투기 제트엔진 ‘J85-SPI-21B’ 생산에 성공했다. 1995년에는 블랙호크 헬기용 엔진을 출하했고 1999년부터는 함정용 엔진도 생산한다. 하지만 모두 면허 생산이다. 글로벌 3대 항공 엔진 기업(GE·프랫&휘트니·롤스로이스)들이 개발한 엔진을 허가받고 제작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엔진조립동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979년부터 생산해 온 엔진들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엔진조립동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979년부터 생산해 온 엔진들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항공 제트 엔진은 압축기·연소기·터빈 등 핵심 부품을 포함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 완성한다. 그만큼 정밀 기계 기술력이 중요하다. 현재 독자적으로 엔진 설계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등 6개국 뿐이다. 민간 기업으론 미국 GE와 P&W, 영국의 롤스로이스 3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이들은 미사일 확산 방지 조약(MTCR), 미국 정부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수출관리규정(EAR)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왔다.

1979년 GE 엔진 면허 생산을 시작으로 2004년 3대 엔진에 대한 면허생산 기록을 모두 확보한 한화는 이제 독자 엔진 설계·생산에 도전한다. 이날 회사는 2030년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1만5000파운드급 첨단 항공엔진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KF-21 보라매 전투기에 탑재된 F414와 동급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F414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GE의 면허를 받아 생산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납품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나아가 차세대 전투기인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이 항공엔진 사업 현황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이 항공엔진 사업 현황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은 “미래 전장의 핵심인 무인기도 미사일 확산 방지 조약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무인기 수입·생산에 제한이 많다”며 “독자적인 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기를 직접 생산해야 미래 전장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엔진 산업의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며 “엔진은 여러 소재와 다양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2차·3차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9년까지 매출 16조원을 달성하고 2032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시장 조사 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엔진 시장은 2024년 618억2천만 달러(85조5897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매년 13%씩 성장해 2029년 1139억9천만 달러(157조6253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기 엔진 자체 제작에 주력하는 이유다.

한화그룹은 최근 방위 산업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 5일 한화는 방산과 산업솔루션 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실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항공·우주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재편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를 찾아 “우주 시대를 앞당겨 미래 세대 희망이 되자”고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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