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쇼크에 환율 1380원대…한은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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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달러당 원화값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달러당 원화값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란의 대(對) 이스라엘 공습이 불러온 '중동 불안'에 국내 금융시장이 들썩였다. 원화값은 17개월 만에 달러당 1380원 선을 뚫었고, 코스피는 0.42% 하락했다. 미국·중동 변수에 따른 강(强)달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 '1달러=1400원'에 도달할 가능성도 커졌다. 외환정책 당국은 필요할 경우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며 시장 개입을 시사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장 대비 8.6원 내린(환율은 상승) 1384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1월 8일(1384.9원) 이후 최저점이다. 지난달 11일 달러당 1310.3원까지 올랐던 원화값은 이달 들어서만 35원 가까이 내리는 등 빠르게 내려앉고 있다.

가팔라진 원화 약세엔 불붙은 중동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이달 들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했고,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란은 13일 밤 이스라엘 본토에 사상 첫 공격을 진행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차 보복할 거란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심이던 중동 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국채 금리와 주가가 하락하고, 국제유가와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는 식이다. 이날 금융시장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2%(11.39포인트) 내린 2670.43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지수(-0.74%), 대만 자취안지수(-1.38%)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선호 경향이 뚜렷하다. 고유가, 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거란 전망도 강달러를 부추긴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1973년=100)는 12일 기준 106선에 올라섰다(106.04).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화값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간 시기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인 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2009년, 미국의 고강도 통화 긴축이 진행된 2022년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 외국인 투자자 유출 등 국내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화값은 이미 미국 고물가 등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중동 변수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안정되긴 쉽지 않다"면서 "원화값이 1400원으로 간다면 국내 경제 리스크도 대폭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요격 미사일이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이란은 이날 작전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요격 미사일이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300여 기의 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99%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이란은 이날 작전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환율이 출렁이자 외환당국도 움직였다.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중동 사태로 당분간 글로벌 위험회피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향후 진행 양상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이번주 시장이 열리기 전 고강도 경계 태세를 이어갈 거란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이라면서 "환율이 당장 진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상황별로 가능한 (대응) 옵션이 뭔지 보고, 필요하다면 쓰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에너지·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되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범정부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으면 원화 가치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고된 이란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 내 피해가 작은 데다 미국의 전쟁 억제 압박도 강하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면 원화값은 달러당 1400원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스라엘 증시가 이란의 공격 후에도 크게 출렁이지 않는 등 시장에선 향후 정세를 관망하는 경향이 강하다. 확전만 되지 않으면 원화값이 1350원대까지 올라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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