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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4번째 원화값 1400원선 위협…1‧2‧3차 땐 어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동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달러당 원화가치가 14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1·2차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8.6원 내린(환율은 상승) 1384원에 마감하면서 1400원대를 목전에 두게 됐다.
1400원대를 기록한 건 1990년 환율변동제 도입 이후 지금껏 세 번밖에 없던 일이다. ▶1997년 12월~1998년 6월 ▶2008년 11월~2009년 3월 ▶2022년 9~11월 등이다. 역대 세 번의 '역대급 원저(低)' 기간 중 어느 때를 닮았느냐에 따라 향후 환율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1차 원저 때인 1997년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에 따른 외환위기가 오면서 원화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단기외채 비율 역시 1997년엔 657.9%로 높았다. 국가신용등급은 대폭 하락했고, 국채 금리는 올랐다. 달러는 가만히 있는데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 국내 물가가 급등하는 등 경제 파고가 몰아쳤다.

2008년 찾아온 2차 원화 급락의 방아쇠를 당긴 건 미국이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한국엔 유동성 위기가 왔다. 국제 금융시장의 외화 차입이 막히면서 정부가 은행 대외채무 지급 보증에 나서고, 외환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을 공급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했다.

2022년 닮았다…미국 금리 영향

세 번째 원화 1400원대를 기록한 건 2022년 9월로 비교적 최근이다. 미국이 금리를 단번에 크게 올리는 가파른 긴축에 나서면서 달러가치가 오른 영향이다. 2022년엔 이전 두 차례와 비교해 외부 요인이 크고 국내 외환 건전성이 충분했다. 쌓아놓은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변동성이 클 때면 개입에 나서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원화 가격 하락도 방어했다. 실제 두달여 만인 같은 해 11월 1310원대로 올라섰다.

이번 원화가격 하락 역시 2022년과 유사하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국내 문제라기보단 미국 금리인하 전환에 대한 기대가 뒤로 밀렸다는 게 달러 강세의 이유기 때문이다.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아닌 데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환율 변화에 따라 경제위기가 오는 상황이 아니고, 해외 투자와 자산이 많이 늘어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원화가치 하락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며 “2022년 때와 마찬가지로 1400원대를 가더라도 외환보유고나 경제 체력을 생각하면 걱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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