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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꾸러기 스코티 셰플러, 최근 3년간 두 번 그린재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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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 셰플러. UPI=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 UPI=연합뉴스

배우 혜리와 한소희가 등장한 “재밌네” 사건의 류준열이 프로골퍼 김주형의 캐디로 나와 화제가 됐던 지난 10일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 재밌는 일은 또 있었다.

김주형과 함께 라운드한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장난꾸러기였다. 김주형이 티샷을 하자마자 “포어”를 외쳤다. 포어는 샷을 실수해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경고의 뜻이다. 관중들이 움찔했고 김주형도 깜짝 놀랐는데 정작 볼은 그린에 사뿐히 안착했다.

셰플러가 낄낄거렸다. 김주형도 똑같이 보복을 했지만 셰플러를 당하지 못했다. 김주형의 볼을 디벗에 넣기도 하고 티샷을 하는 김주형에게 볼 두 개를 던지기도 했다.

김주형은 “TV 카메라가 있어서 그렇지 평소 셰플러는 더 짓궂다”고 했다. 셰플러가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다. 그는 파3 콘테스트 전 “김주형이 경기를 잘하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셰플러와 김주형은 텍사스 댈러스에 살며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절친한 사이다. 6월 21일로 생일도 같다. 셰플러는 1996년생이고 김주형은 2002년생으로 여섯 살 차이다.

스코티 셰플러가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끝난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4언더파 68타,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루드비히 오베리를 3타 차로 꺾었다.

파3 콘테스트와 달리 최종라운드 셰플러의 경기는 별로 재미없었다. 한 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셰플러는 마치 기계처럼 샷을 했다. 경쟁자인 루드비히 오베리·콜린 모리카와·맥스 호마가 아멘코너(11~13번 홀)에서 나란히 더블보기를 하면서 무너졌으나 셰플러는 끄떡없었다.

파5인 15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사이드 벙커에 박힌 장면에서 유일하게 위기가 고조되는 듯 했으나 셰플러는 여유 있게 파를 잡았고 16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리드를 4타 차로 벌리면서 쐐기를 박았다.

셰플러는 모든 선수들이 가장 원하는 마스터스에서 유난히 강하다. 2022년에 그린재킷을 입고 지난해 공동 10위를 하더니 올해 다시 우승했다. 다섯 번 마스터스에 참가해 한 번도 20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올해 PGA 투어 성적은 더 좋다. 최근 4개 대회에서 우승-우승-공동2위-우승이다. 올해 8개 대회에 나가 톱 10에 7번 들었다. 가장 나쁜 성적이 공동 17등이다.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 360만 달러(약 50억원)을 받은 셰플러는 시즌 상금이 1593만 달러(약 209억원)가 됐다. 셰플러는 지난 시즌 1913만 달러를 벌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도 세웠다. 지금 기세로 보면 이를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셰플러는 퍼트 162등이었다. 그러나 최하위권의 퍼트 실력으로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드라이버 1등, 아이언 1등, 그린 주위 쇼트게임 5등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로리 매킬로이의 권유로 퍼터를 바꾸면서 조금 나아졌다. 그래도 퍼트는 97등으로 중하위권이다. 그러나 워낙 롱게임과 그린 주위 쇼트게임이 좋아 문제가 없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 윈덤 클라크는 “셰플러가 퍼트까지 잘 하면 불공정한 게임이 된다”고 농담을 했다. 매킬로이는 “셰플러에게 다시는 조언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주형은 “올해 셰플러가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었는데 이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이 소탈하게 산다. 가족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셰플러는 부인의 출산이 임박했다. 그는 “이번 주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부인이 출산 기미가 있다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다. 우승 직전이라도 집으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다행히 그린재킷을 눈앞에 둔 남편을 찾는 연락은 없었다.

셰플러가 워낙 뛰어나 전성기 타이거 우즈와의 비교도 종종 나온다. 셰플러는 지난 2월 “우즈를 따라가려면 메이저대회에서 14번, 일반 대회는 70여 번 더 우승해야 한다. 비교는 고맙지만, 우즈는 독보적인 선수다. 나는 그냥 내 일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우즈와의 메이저 우승 차이가 13으로 줄긴 했다.

타이거 우즈는 고난의 주말이었다. 2라운드까지 1오버파 공동 22위로 컷을 통과한 우즈는 3라운드에서 10오버파 82타를 치더니 최종라운드 5타를 더 잃어 합계 16오버파로 컷통과 선수 중 최하위로 밀렸다.

우즈는 “오랜만에 4라운드 대회에 나왔다. 1, 2라운드는 잘 싸웠으나 어제 좋지 않았다. 김주형의 오늘 경기(6언더파)처럼 할 수 있는 능력이 내 몸에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걸 발현하지 못했다. 다음 메이저대회를 위해서 운동하고 몸을 강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2오버파 공동 16위, 김시우와 김주형은 5오버파 공동 30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주형은 이날 6언더파를 쳐 데일리베스트를 기록했다.

2위를 한 루드비히 오베리는 메이저대회에 처음 출전했는데 4라운드 중 3라운드 언더파를 쳤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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