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58% 값 올려도 제재없는 ‘플랫폼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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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울리는 구독플레이션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의 월 구독료를 단번에 58.1% 올렸다. 지난해 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주요 구독 서비스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쿠팡까지 가세하면서 이른바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유튜브·티빙 3개 플랫폼을 구독할 경우 매달 나가는 구독료는 3만9790원이다. 3개 플랫폼 구독료가 오르기 전인 지난해 11월(2만9340원)보다 35.6% 올랐다. 1년 단위로 따지면 12만원을 더 내야 한다. 쿠팡은 13일부터 신규 회원의 와우 월 구독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가격 인상 릴레이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화했다. 프리미엄 구독료 월 1만7000원인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금지하면서 사실상 2배 가격 인상 효과를 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지난해 12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2.6% 올렸다. 티빙은 같은 달 1만3900원 요금제를 1만7000원으로 22.3%, 디즈니플러스도 비슷한 시점에 99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40.4% 가격 인상에 나섰다. 쿠팡·유튜브·티빙에 다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멜론 등 구독 서비스를 추가하면 매달 10만원에 가까운 멤버십 비용을 내야 한다.

멤버십 비용은 구독 가구 입장에선 일종의 고정비용으로 작용한다. 매달 나가는 전기·가스요금과 같은 공과금, 보험료처럼 안 쓴다고 해서 줄이기 어려운 비용이다. 농산물, 유가 등 전반적인 물가가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고정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통계청은 품목별 가계 지출 동향을 분기별로 발표하지만, 구독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통계로 나타나지 않는 가계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벌이가 많지 않은 1인가구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구독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유튜브 등 OTT 서비스가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당장 끊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다른 지출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 저항에 부딪히는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멤버십 구독료는 한 번에 대폭 올라간다. 다른 것을 이용할 수 없는 독과점 환경이 만들어져서다. 소비자 입장에선 비싸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료·저가→시장 장악→가격 인상’은 플랫폼 기업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반대로 배달앱 시장에서 배달의 민족에 밀린 요기요의 경우 무료 배달 멤버십인 요기패스X 월 구독료를 지난해 11월 9900원에서 4900원으로, 지난달엔 2900원으로 순차 인하했다. 독점 플랫폼과 달리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한 영향이다.

플랫폼의 가격 인상 패턴이 반복되지만, 선제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인상의 전 단계인 시장 장악을 최소화하기 위해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했지만, 업계 반발에 막히면서 원점 검토로 돌아섰다. 그 사이 대형 플랫폼이 영향력을 더 키우면서 소비자가 특정 플랫폼에 묶여버리는 ‘락인 효과’는 강화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독점이 이뤄진 상황에선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구독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만큼 야당이 다수석을 차지한 22대 국회에선 플랫폼법 제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이 입법 주도권을 갖게 되면 정부와 여당이 이전에 추진하던 플랫폼법보다 규제 대상과 수위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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