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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억 장비 갖췄는데 의사 안온다…제주민간협력의원 개원 감감

중앙일보

입력

지자체 건물·장비 사용해 개원해야

제주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 건물 전경. 사진 서귀포보건소

제주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 건물 전경. 사진 서귀포보건소

제주도 서귀포시가 추진하는 전국 첫 민관협력의원(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12일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 사용허가 입찰’ 5차 공고(3월 21일~4월 8일)를 진행했지만, 유찰돼 재공고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서귀포시는 읍면지역 주민이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제주시내 병원을 오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11월 ‘의료안전망 구축사업’의 하나로 민관협력의원 사업을 시작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감귤과 마늘 등 농업을 위주로 돌아가는 서귀포시 서부지역(대정읍·안덕면 등)은 노인 인구 비중이 높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주민이 많다”며 “농사를 짓다 보면 물리치료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가까운 병원이 적다 보니 주민들은 매번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제주시내 병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설은 공공이 건물과 의료장비 등 시설을 갖추고 민간에 시중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최소 입찰가는 2261만원으로 이 중 시설 사용료가 1032만원, 물품 대부료가 1229만원이다.

병원 건물은 대정읍 상모리에 47억5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1월 완공했다. 1층은 진료실, 2층에는 처치실·방사선실·검진실·물리치료실·주사실이 있다. 연면적은 885㎡ 규모다. 허가일로부터 5년 이내로 운영 계약을 맺고, 이후 1회에 한해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사용허가 조건 완화했지만… 

제주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 건물 전경. 사진 서귀포보건소

제주 서귀포시 민관협력의원 건물 전경. 사진 서귀포보건소

서귀포시는 당초 2022년 개원을 계획했지만 철근대란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병원을 운영할 의사를 찾지 못하면서 개원 시기는 미정이다. 준공 이후 지난해 2월, 3월, 5월 세 차례 공모에선 응찰자가 없었다. 이에 시는 4차 공고에서 ‘전문의 등 의사 2~3명 의료진 구성’을 전문의 1명으로 줄이고, ‘365일 휴일·야간 22시까지 진료’를 개원 후 3개월간 유예하는 등 사용허가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러자 지난해 8월 4차 입찰에서 낙찰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던 낙찰자는 서울 병원의 새 운영자를 찾지 못해 민관협력의원 개원을 미루다 지난달 서귀포시에 계약 포기서를 제출했다.

이후 시는 최근 다섯 번째 입찰 공고를 내면서 운영 조건을 더 완화했다. 개원 조건에 대한 유예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평일·휴일 22시까지’였던 운영시간을 평일은 20시, 주말·공휴일은 18시까지로 단축했다. 주중에 하루 휴무일도 갖게 했다.

“재공모 준비…의료법인 분원 설치도 논의” 

제주지방해경청이 지난해 10월 제주한라병원과 서귀포시 화순항 앞바다에서 전국 최초로 중증 외상 환자에 대응하기 위한 가칭 해양외상의료지원팀 신설에 앞서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지방해경청이 지난해 10월 제주한라병원과 서귀포시 화순항 앞바다에서 전국 최초로 중증 외상 환자에 대응하기 위한 가칭 해양외상의료지원팀 신설에 앞서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의원동 사용면적은 648.22㎡에서 885.53㎡로 늘리고, 최소입찰가는 기존 2385만1870원에서 2261만6650원으로 123만5220원 낮췄다. 의원이 운영자를 계속 찾지 못하면서 앞서 1차 공고에서부터 약국 운영권을 낙찰받았던 약사들도 줄줄이 운영을 포기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5차 공고 당시 의사 몇 명이 관심을 보였지만 혼자 야간·휴일 진료를 이끌어가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주도와 협의해 재공모 시기를 정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민관협력의원 임차 운영 방식의 의료법인 분원 설치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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