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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용산 대통령실은 관저 아니다…집회 허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0월 용산 대통령실 앞 경찰이 쳐 놓은 울타리 밖에서 한 시민단체가 집회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용산 대통령실 앞 경찰이 쳐 놓은 울타리 밖에서 한 시민단체가 집회하는 모습. 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뒤 경찰은 인근 집회를 금지했는데, 법원은 이 조치를 취소하라는 시민단체의 손을 들었다.

12일 대법원은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집회 금지 통고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2년 5월 28일 촛불행동은 이태원에서 출발해 녹사평역, 삼각지 교차로를 지나 용산역 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대통령 관저(官邸)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들어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촛불행동은 이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집회를 예정대로 열었다.

소송에서는 대통령실을 주거 공간인 ‘관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과 2심 법원 모두 경찰의 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며 경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집회 장소는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특히 당시 재판부는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에 임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해야 할 주요 업무”라며 “대통령 집무실을 반드시 대통령의 주거 공간과 동등한 수준의 집회 금지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며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더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촛불행동 측 소송대리인 이제일 변호사(사람법률사무소)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주거 기능도 있다는 진술서를 제출했으나 법원에서 배척됐다”며 “최근까지도 경찰은 관련 집회에 금지 통고를 내렸는데, 대법원이 1·2심과 마찬가지로 경찰의 금지 통고에 제동을 걸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낸 유사한 소송도 1·2심에서 모두 승소하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2022년 12월 관저 인근 집회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집시법이 헌법에 어긋나므로 5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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