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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의혹’ 해병대사령관, 총선 직후 “말 못할 고뇌” 서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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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지난해 10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국회의원 선거 이튿날인 11일 “말하지 못하는 고뇌가 가득하다”는 내용의 글을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 김 사령관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지휘관인 임성근 사단장 처벌을 처벌하는 것에 대해 격노했다는 것 등 주요 의혹을 부인해 왔다.

1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지난 11일 예하 부대에 ‘격랑에도 흔들리지 않는 해병대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지휘서신을 보냈다. 그는 “안타까운 전우의 희생은 핵 폭풍급 파급효과와 더불어 법적 다툼으로 인해 국민적 이슈로 치솟아 올랐다”며 채 상병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라고 털어놨다.

해병대 구성원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우리의 소중한 전우가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입니까”라며 “고인의 부모님 당부조차 들어드리지 못한 채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원의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해병대 조직과 구성원에게는 아픔과 상처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령관이 전우들의 방파제가 되어 태풍의 한가운데서도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해병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사령관은 채 상병이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직후만 해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 제기된 뒤로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해, 관련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조사 결과로 “VIP(대통령 지칭)가 격노했다”고 말했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당시 박 대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김 사령관은 지난 2월 1일 박 전 단장의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 2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 처벌 계획에 대해 격노한 사실이 있냐’는 재판부의 물음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김 사령관에게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날(지난해 7월 30일)과 결재를 뒤집은 날(7월 31일) 등 주요 변곡점마다 국방부 등 관계자와의 통화를 한 의혹이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지휘서신을 통해 장병들에게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외부 발설을 금지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17일 김 사령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출국금지 조치를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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