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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남겼나?"…총선 끝, 공공기관장 77곳 인사 큰 장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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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미 공석이거나 이달 말까지 공석이 되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총 77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는 이미 지난해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일각에선 총선 이후 낙천·낙선자들을 위한 '보은'격으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남겨 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만료된 공공기관장 자리 66곳…반년 넘도록 공석도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올라온 공공기관 327곳을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은 66곳이다. 이 중 32곳은 공석(직무대행 포함)이었고, 34곳은 후임이 없어 기존 기관장이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나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최익수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등이 그 예다.

66곳 중 27곳은 기관장 임기가 지난해 만료됐다. 반년이 넘도록 공석인 곳도 눈에 띄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조재희 전 이사장이 지난해 3월 사퇴한 뒤 1년 동안 후임이 들어오지 않았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도 지난해 7월 감신 이사장이 물러난 후 9개월째 공석이다.

이달 말 추가로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11곳을 더하면 4월 말까지 총 77곳의 공공기관 수장 자리가 비게 된다. 77곳을 부처별로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가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문화체육관광부 12곳 ▶국토교통부 6곳 ▶보건복지부 6곳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곳 등이 뒤를 이었다.

총선 후 보은성 인사 내려오나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각 기관에선 표면적으론 “부처와 협의를 해야 해 시일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총선 이후까지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비판도 나온다. 선거가 끝나면 낙천·낙선자에 대한 보은용 자리가 필요하다. 또 총선 결과에 따라 개각이 단행된 경우 정부 고위 인사들까지 줄줄이 내려올 수 있어서다. 공공기관장은 두둑한 연봉과 긴 임기(3년)로 이른바 보은성 인사로 주로 활용된다.

알리오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공공기관 상임 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1억8500만원대다. 장관급 공무원 연봉(1억3718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일부 공공기관은 대통령(2억4064만원)보다도 많은 연봉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은행(4억3103만원), 한국투자공사(4억2476만원) 등이 있으며 현재 기관장 임기가 끝난 국립암센터(3억8236만원), 한국주택금융공사(3억637만원)도 상위 10곳 안에 포함됐다.

그래서 지금처럼 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이나 고위 관료 출신이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낙하산', '관피아'(관료+모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인사를 두고 잡음이 일었다. 둘 다 관련 경력이 미비함에도 윤 대통령과 캠프 때의 인연으로 보은 인사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과 국정철학 비슷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만 일각에선 정책적 일관성을 위해 대통령과 국정철학이 비슷한 인물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중앙 부처 관계자는 “전문성이 너무 없으면 문제가 되지만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수장으로 올 경우 업무 추진이 매끄러워 이를 더 반기는 이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선거에서 공약을 내세우고 (대통령이) 당선이 된 건데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기관장으로 앉아있는 것도 옳진 않다. 전문성이 뒷받침 된다는 전제하에 공공기관장 인사를 선거 주기와 맞춰 정부와 같은 정책 기조를 가진 인물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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