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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1년새 50% 늘었는데…잠재성장률은 여전히 2%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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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반도체 수출 확대 등 한국 경제의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2%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한 사이 저성장이 고착화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총선 이후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구조개혁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지속하고, 하반기 소비 회복 등의 영향”이라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으로 메모리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한국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실제 올해 1~3월 반도체 수출액은 310억 달러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50.7% 늘면서 전체 수출 증가세(8.3%)를 이끌었다. ADB는 한국이 내년에는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수출증가세에 힘입어 경제성장 폭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2%에서 2.2%로, JP모건은 2.2%에서 2.3%로 상향하는 등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추세다. 한국 경제에 유리한 경제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2%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연이은 성장률 전망의 공통점이다.

202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그 기저효과로 2021년(4.3%) 한 차례 뛰어오른 걸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1~2%대다. 그러는 사이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졌다는 분석(한국은행)까지 나왔다. 저출산·고령화의 파고까지 몰려오면서 저성장 고착화는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됐다.

구조적 저성장 극복을 위해 구조개혁이 필요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못 냈다. 노동·연금·교육 3대 분야에서의 구조적 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출범과 함께 내건 과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3대 구조개혁을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3대 구조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혁 시계는 사실상 총선 이후로 맞춰졌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데다 구조개혁 특성상 이해관계자가 많다 보니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막상 선거가 끝난 상황에서 국민의힘·국민의미래는 10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야당이 20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면서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추진하는 구조개혁은 불투명해졌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 초 골든타임을 놓쳤다. 총선이 이렇게 끝난 상황에선 사실상 어렵다”며 “이대로면 잠재성장률 반등은 불가능”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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