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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OMC "금리 인하 부적절"...9월 금리 인하론 힘 실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지난달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에는 금리 인하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에 따라 6월이 아닌 9월 기준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Fed는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지난달 19~20일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회의 참석자들은 강한 경제 모멘텀을 가리키는 지표와 실망스러운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했다"면서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확신을 줄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Fed는 지난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5회 연속 동결한 바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5% 오르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시장 전망치(3.4%)와 전월(3.2%) 수치를 모두 상회했다. 여전히 Fed가 강조한 2%대 물가상승률 목표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6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3.1%(한국시간 11일 오후 1시 기준)로 하루 전 42.6%에서 대폭 뛰었다.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45.7%로, 한 달 전(12.9%)보다 32.8%포인트 상승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내 ‘피벗(Pivot·전환)’ 가능성을 두고 Fed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3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금리 인하 신중론을 견지하면서도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미셸 보먼 Fed 이사는 지난 5일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게 유지될 경우, 필요하면 추가 금리 인상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피벗 시점을 하반기로 늦추는 분위기다. 11일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9월 FOMC 이전에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예상이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기존 6월 FOMC 전까지 물가의 둔화 흐름을 확인하면서 6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물가 둔화 확인까지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돼 6월보다는 7월에 Fed의 첫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은행(IB)도 전망을 속속 변경하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10곳 중 4곳은 이달 들어 Fed의 기준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한 달씩 뒤로 미뤘다. 웰스파고와 TD는 올해 5월에서 6월로, JP모건과 노무라는 6월에서 7월로 각각 변경했다. 한은은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최고 경영자. AFP=연합뉴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최고 경영자. AFP=연합뉴스

일각에선 미국 금리가 수년 내 8%를 넘길 것이란 비관론도 관측된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거대한 재정 지출, 녹색경제에 매년 필요한 수조 달러, 세계의 재무장, 국제무역의 구조조정 등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면서 "금리가 2%까지 내려가거나 8% 이상으로 오르는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26일 발표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PCE 가격지수는 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다. 앞서 CPI가 도시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재화·서비스 가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측정한다면, PCE 가격지수는 가계가 실제로 어떤 재화·서비스에 얼마나 지출했는지 본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의 2월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5%로 지난해 7월 3.3% 이후 완만한 하향 흐름을 보여왔다. 3월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다면 금리 인하는 기대감은 더 움츠러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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