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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쏟아낸 감세정책, 줄줄이 스톱 예고…野 청구서 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여의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여의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10 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며 앞으로 정부의 경제정책마저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야권이 세법·예산·정책 등 모든 사안에 압도적인 주도권을 쥐면서다. 윤석열 정부(2022~2027년) 중반을 넘기며 경제정책도 사실상 레임 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을 맞게 됐다는 의미다.

우선 정부가 연초부터 쏟아낸 감세 정책이 단체로 ‘소화불량’에 걸릴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등 7개 법률 개정안을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마찬가지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 일몰 연장 등 수두룩한 경제 정책이 줄줄이 국회 입법 사안이다. 해당 법안에 대해 야당이 “부자(대기업) 감세”라며 반대하는 만큼 국회 통과가 어려워졌다. 여당과 기재부가 '식물 상태'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예산안 심의나 세법 개정을 비롯한 경제 입법 전반에서 야당의 장악력은 커진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현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와 반대로 야당이 추진하는 재정 지출 확대 요구가 거셀 전망이다. 당장 야당발(發) 공약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재명 대표가 선거 기간 내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공약이 대표적이다. 지역 화폐로 국민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공약 추진에 필요한 재원(13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해 왔다. 추경은 국회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국회를 통과한다.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경로당 무상급식 등 ‘실버 공약’까지 총선 이후 현실화하면, 가뜩이나 악화한 재정이 부실화할 수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야당이 추진하는 286개 공약을 이행하는 데 4년간 266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반도체 등 산업계의 경쟁력 강화 법안, 첨단산업 전략 등은 세부 내용은 달라도 여야가 큰 틀에서 같은 방향성을 보여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달라질 정치 구조 만큼이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일명 ‘3고(高)’로 둘러싸인 외부 환경이 만만치 않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강세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고금리 추세가 길어질수록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총선 기간 억누른 물가도 반등하는 조짐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정운영 추진력이 약해져 국회를 통한 법안 처리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다만 총선 전 밝혔듯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정책과제·공약의 우선순위를 가린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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