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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지구가 작았던 경영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왼쪽)은 2015년 방한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양국 경제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도피시에’를 받았다. [중앙포토]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왼쪽)은 2015년 방한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양국 경제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도피시에’를 받았다. [중앙포토]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이 9일 공개됐다. 한진그룹은 이날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에 있는 신갈 선영에서 조 선대회장 5주기 추모제를 열고 고인의 평전 『지구가 너무 작았던 코즈모폴리턴』을 공개했다. 지난 8일 열린 추모제에는 조 선대회장 가족을 비롯해 130여 명의 한진그룹 임직원이 참석했다.

조양호 전 회장은 승부사 기질이 타고난 사람이었다. 대한항공에 발을 들인 1974년은 1차 오일쇼크가 한창인 시절이었다. 곧이어 1978년부터 1980년까지 2차 오일쇼크가 대한항공을 직격했다. 조 회장은 선친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은 오히려 높이는 전술을 구사했다. 항공기 구매도 계획대로 진행했다. 불황에 호황을 대비한 것이다. 이런 결단은 오일쇼크 이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항공시장 자유화와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조 선대회장은 글로벌 항공사 간 협력을 돌파구로 생각했다. 그 시작은 바로 스카이팀 창설이었다. 1990년대 후반 세계 항공업계는 동맹체제로 재편됐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를, 아메리칸항공은 원월드(One World)를 각각 창설했다. 조 선대회장은 세계 항공업계가 동맹체로 재편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읽었고 2000년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4개 항공사는 스카이팀(SkyTeam)을 출범시켰다. 대한항공은 세계적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설립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선도 항공사 반열에 올랐다. 스카이팀은 2020년 4월 기준으로 19개 회원사가 170개국 1036개 취항지를 연결하는 글로벌 항공 동맹체로 성장했다.

한진그룹이 공개한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일대기를 정리한 평전. [사진 한진그룹]

한진그룹이 공개한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일대기를 정리한 평전. [사진 한진그룹]

조 선대회장에게 강원도는 특별한 의미다. 조 회장은 1970년 미국 유학 중 귀국해 군에 입대하면서 강원도 화천 소재 육군 제7사단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다. 조 회장과 강원도의 인연은 동계올림픽으로 다시 이어졌다. 조 회장은 2009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다. 유치위원장으로 일한 1년 10개월간 조 회장은 50번에 걸친 해외 출장으로 약 64만㎞(지구 16바퀴)를 이동했다. 이 기간에 전체 IOC 위원 110명 중 100명을 만나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런 조 회장의 노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이어졌다. 조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12월 한국언론인 연합회 주최로 열린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에서 최고 대상을 받았다. 지난 2012년 1월에는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중 첫째 등급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조 선대회장은 항공사의 안전을 특별하게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안전 부문에 쏟고 있는 예산은 연간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대한항공의 안전 관리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항공안전의 척도인 보험료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항공 선진국인 미주·유럽 지역의 대표 항공사들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평전의 추천사는 조 선대회장과 교분이 두터웠던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직접 썼다. 손 회장은 “세계 항공 역사에서 조 선대회장과 같이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경영자는 없다. 단언컨대,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항공 전문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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