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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20조짜리 TK신공항 잡음…화물터미널 새 부지로 실마리 찾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 소속 의성 주민들이 지난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토교통부의 TK 신공항 복수 화물터미널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 소속 의성 주민들이 지난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토교통부의 TK 신공항 복수 화물터미널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신공항(이하 신공항) 이전 사업과 관련해 화물터미널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경북도가 제안한 ‘화물터미널 복수 조성안’으로 가닥이 잡히는가 싶더니, 정부가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면서 다시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복수 화물터미널’ 가닥 잡나 했는데…

신공항 화물터미널 부지를 둘러싼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대구 민간공항 이전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에서 비롯됐다. 이 용역 결과에는 약 1만㎡ 규모 신공항 화물터미널을 경북 의성군이 아닌 대구 군위군에 배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연히 화물터미널이 지역에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의성군민은 반발했다. 2020년 8월 25일 대구시와 경북도가 채택한 공동합의문에는 ‘항공물류·항공정비산업단지와 관련 산업·물류 종사자 주거단지를 의성군에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8월 31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주민이 관계 당국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31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주민이 관계 당국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거세지자 대구시는 성명을 내고 “화물터미널을 제외한 모든 연관 항공물류시설은 의성군 지역에 집중하고, 의성 신공항물류단지는 TK신공항 화물을 처리하는 중심 허브기능을 수행하며 로봇·IT 기술 활용 등 최첨단 스마트 구역으로 조성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화물터미널 군위 배치 계획은 바꾸지 않았다.

국토부 부정적 견해에 갈등 재점화

경북도와 대구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같은 해 10월 ‘화물터미널 복수 조성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수송 전용 화물터미널과 민간 항공 수송 화물터미널을 분리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 국방부와 대구시, 군위군, 의성군 실무자 간 충분한 토론을 거치도록 요청했다”고 밝히면서다. 수송전용 화물터미널은 화물전용기용이고 민간항공수송 화물터미널은 여객기에 수송하는 화물을 담당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감도. 사진 대구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감도. 사진 대구시

그렇게 ‘복수 화물터미널’로 두 지자체가 합의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면서 논란은 재점화했다. 국토부 실무진이 김주수 의성군수를 만나 “국토부는 지역 합의 사항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에 경북 의성군 통합신공항 이전지원 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성명을 내고 “의성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는 신공항 개항과 동시에 운영돼야 한다. 명문화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또 의성군 통합신공항 이전지원위원회와 의성군 이장연합회, 지역 사회단체 회원 등 800여 명은 지난 2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화물기 전용 화물터미널 배치 명문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 참여한 김인기 전 통합 신공항 유치 공동위원장이 “할복하겠다”며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라온제나호텔에서 열린 '의과대학 지역인재 선발 확대를 위한 대구·경북 5개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라온제나호텔에서 열린 '의과대학 지역인재 선발 확대를 위한 대구·경북 5개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최근 대구시와 협의를 거쳐 국토부에 새로운 곳을 의성 화물터미널 부지로 제안했다.

“새 부지 제안, 갈등 봉합 기대”

경북도가 새로 제안한 부지는 신공항 내 군공항 시설과 인접한 동쪽 지역으로, 지난해 11월 제시한 기존 부지와 인접해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기존 부지는 구미 국가산단과 연결을 위한 별도 우회도로 건설이 필요한 데 반해 새 위치는 대구·구미·포항 등 지역 주요 산업·물류 거점과 상대적으로 가깝다고 한다.

이에 대구시도 찬성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경북도와 의성군이 추진하고 있는 복수 화물터미널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공항 건설 특수목적법인(SPC) 공모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한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8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8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경북도 관계자는 “새 부지를 제안한 것은 국토부가 여러 가지 안을 놓고 검토하도록 한 것”이라며 “화물터미널을 둘러싼 소모적 갈등을 계속할 수 없어 조속히 이 문제를 매듭짓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TK신공항은 공군 기지와 민간 공항이 함께 이전해 조성하는 최초의 민·군 공항으로, 경북 의성군 비안면과 대구 군위군 소보면에 총사업비 20조9000억원을 들여 2029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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