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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성 동맥경화’, 예방적 스텐트 시술이 약물 치료보다 효과적

중앙일보

입력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가 8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가 8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동맥경화는 심장 혈관 내부에 지방 같은 이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심해지면 혈관이 파열돼 심근경색이 오거나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Vulnerable Plaque)’의 경우 항혈전제ㆍ고지혈증 치료제 같은 약물로 치료하지만, 심근경색을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ㆍ안정민ㆍ강도윤 교수팀이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예방적 스텐트 치료를 하는 것이 약물치료 보다 효과적이라는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미국심장학회에서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스텐트 치료(관상동맥 중재시술)는 취약성 동맥경화 위치에 스텐트(그물망)를 삽입해 혈액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혈관을 넓히는 시술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과학기술 분야 학술지 중 피인용지수(I.F)가 가장 높은 세계적인 저널 '란셋(LANCET)'에 같은 날 게재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ㆍ안정민 교수가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ㆍ안정민 교수가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을 약물치료집단과 약물치료(803명)와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803명)으로 나누어 7.9년간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이들은 한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기관에서 혈관 내 영상장비를 이용해 취약성 동맥경화를 진단받은 환자들이다.

연구결과, 2년 내 사망ㆍ심근경색을 포함한 주요 임상사건 발생 위험이 약물치료집단에 비해 스텐트 치료를 함께 받은 집단에서 약 8.5배 더 낮다는 점을 확인했다.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군의 2년 후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0.4%로, 약물로만 치료받은 환자군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3.4%였다. 치료 결과는 심장 원인에 의한 사망, 급성 심근경색, 재시술,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을 평가했다.

동맥경화의 한 종류인 취약성 동맥경화는 혈관 막의 두께가 얇고 염증이나 지질 성분도 쉽게 쌓여 갑작스런 파열 위험이 크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동맥경화가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약물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고위험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하여 적극적인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면 장기적인 치료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ㆍ안정민ㆍ강도윤 교수(왼쪽부터).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ㆍ안정민ㆍ강도윤 교수(왼쪽부터). 사진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취약성 동맥경화에 예방적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파열을 방지하면 급성 심근경색 및 급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취지로 2014년 연구를 시작했는데, 딱 10년 되는 해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다"며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참여해준 의료진, 연구진 그리고 환자의 노력이 모여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효과를 분석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이자, 약물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간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의 차이를 비교한 세계 첫 번째 연구"라며 " 번 연구를 바탕으로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적극적인 예방 치료를 시행해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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