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를 이틀 앞둔 8일 서울과 인천의 격전지 9곳을 하루 만에 훑으며 “이제 윤석열 정부에 경고장을 던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이 대표가 이날 첫 일정으로 고른 곳은 서울 핵심 격전지인 동작을이었다. 이 대표는 남성사계시장 유세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 정권 출범에 주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며 “류삼영 후보를 통해 정권에 책임을 물어달라”고 강조했다. 동작을 판세에 대해서는 “여론조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의미가 없고, 많이 투표하는 쪽이 이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서울 동작을을 찾은 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6번째다.
유세 중엔 다른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서도 격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강원 강릉에 출마한 권성동 후보를 “취업으로 유명한 분”이라고 지칭했고, 충남 서산-태안의 성일종 후보를 “이토 히로부미가 인재라고 칭찬한 분이다. 엄정하게 책임을 묻기 위해 주변의 모든 분께 투표를 독려해달라”고 말했다. 과거 권 의원의 취업청탁 의혹 재판(무죄)과 성 의원의 이토 히로부미 관련 발언을 꺼낸 것이다.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유세에선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공세를 폈다. 이 대표는 “대통령 부인이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을 벌었다면 단속해야 하는데 증권·사법당국이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며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이 주가 조작이 횡행할 뿐 아니라 사람에 따라 처벌도 다른 시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인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 결방 논란도 언급했다. 앞서 MBC는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특집 방송을 결방하기로 결정했다. MBC 내부에선 “9라는 숫자가 조국혁신당 기호와 같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정부가 자유로운 보도를 가로막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다”며 “간첩 신고 번호인 113도 224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의 기호가 1번이고,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기호가 3번이기 때문에 ‘113’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서울 양천갑 유세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전두환 정권에 비유했다. 이 대표는 “총·칼로 국민을 살해한 전두환과 이 정권이 다르지 않다”라며 “권력을 줬더니 연구개발 예산과 지역화폐 예산을 다 삭감하지 않았나”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최근 인천에서 한 남성이 노령층 유권자들을 투표소까지 승합차로 태워줘 경찰이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선거인을 실어 나르는 불법 현장이 포착된 것”이라며 “선관위가 특별한 조치를 했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고,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유세 현장에서 벌어지는 민주당 후보와 여당 후보 측의 충돌에 대해서는 “정말로 (여당 후보 측이) 시비를 많이 건다”며 “여당이 졸렬하고 저열하게 나와도 우리는 품격있게 가겠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유세에서 “전국 곳곳이 박빙이다. 내일은 재판을 안 가고 못 갔던 지역을 가볼까 고민 중”이라며 자신의 재판 불출석 가능성도 내비쳤다. 9일 서울중앙지법에선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의혹 등 사건 공판이 열린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부산 강서구를 찾아 변성완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변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당선으로 이뤄주기를 기원한다”며 “사전 투표율이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본 투표일까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