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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에 온 ‘꽃게 위문품’ 어떻게 해야 하나…“규정상 반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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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시민이 기부한 꽃게. 뉴스1

익명의 시민이 기부한 꽃게. 뉴스1

익명의 시민이 광주 지역 경찰서와 소방서 등 관공서 곳곳에 ‘꽃게 위문품’을 보내 당국이 처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8일 광주경찰청과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시간대 경찰 지구대와 파출소, 소방안전센터 등 관서 약 30곳에 2㎏ 짜리 꽃게 상자가 배달됐다. 꽃게 상자는 경찰·소방 관서뿐만 아니라 병원 응급실, 복지시설 등 총 280여 곳에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지구대에 배달된 꽃게 상자. 사진 광주경찰청

경찰 지구대에 배달된 꽃게 상자. 사진 광주경찰청

익명의 기부자는 ‘경찰관과 소방관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마음을 담았다’는 내용의 A4용지 1장짜리 편지를 함께 전달했다. 이 기부자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수산물인 살아 있는 꽃게를 위문품으로 준비했다는 설명도 편지에 적었다.

그러나 기부자의 취지와 달리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공무원 행동강령과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근거해 꽃게 상자를 반환할 방안을 찾고 있다.

해당 행동강령 등은 행정 목적이 아닌 위문품 성격의 금품을 경찰 및 소방 공무원이 수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규정에 따르면 위문품은 다른 기관에 기증할 수도 있지만, 이번 사례는 산 꽃게인 탓에 그 과정에 상할 수도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규정과 법률을 검토해보니 기부자 의도대로 처리할 수 없는 물품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배달 기사 등을 수소문해 기부자와의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의 경우 최대한 기부자의 뜻을 존중하고자 기부심사위원회에 이를 신고하고 결과를 기다릴 방침이다. 소방 관계자는 “기부심사위원회에서 ‘통과’ 결정이 날 경우 기부자의 원래 뜻대로 각 서 관계자들이 맛있게 식사하거나 나눠가질 수 있다”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상하지 않게 냉동 보관해둘 예정이다. 만일 안 된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그때 반환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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