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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간 관계성에 주목"…'연애남매'로 돌아온 '연프 장인' 이진주 PD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일부터 방영 중인 '연애남매'는 남매들이 모여 각자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사진 JTBC

지난달 1일부터 방영 중인 '연애남매'는 남매들이 모여 각자 연인을 찾아가는 가족 참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사진 JTBC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시인 정현종이 지은 ‘방문객’의 도입부다. 이 시가 큰 사랑을 받은 건 만남의 무게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터.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연애 프로그램들은 제각기 다양한 만남을 보여줬지만, 대부분 가슴 설레는 만남의 순간을 포착해 예능적 요소로 소비하곤 했다.

티빙 ‘환승연애’ 시리즈로 연애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던 이진주(38) PD는 만남 속 소중한 ‘관계성’에 또다시 주목했다. 전작 ‘환승연애’가 헤어진 연인이라는 관계성을 끌어왔다면, 지난달 초부터 방영중인 그의 신작 ‘연애남매’(JTBC)는 친남매의 관계성을 녹인 연애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프로그램 작업에 한창인 이 PD를 만났다.

'환승연애'(tvN) 시리즈 이후 '연애남매'로 돌아온 이진주 PD. 사진 JTBC

'환승연애'(tvN) 시리즈 이후 '연애남매'로 돌아온 이진주 PD. 사진 JTBC

“헤어진 연인은 연애하는 몇 개월, 몇 년 정도지만, 혈육은 제 인생 전체를 알잖아요.” 

남매라는 소재를 끌어온 이유를 묻자 이 PD는 이같이 답했다. “남매 조합은 전 연인만큼, 아니 그보다 더 깊이 있는 전개가 가능할 것 같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계성을 가진 사람들은 결코 병풍이 되지 않는다. 조력하든 직접 활약하든 프로그램 안에서 반드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남매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의도를 설명했다.

‘연애남매’는 10년 넘게 CJ ENM에 몸담았던 그가 지난해 JTBC로 이적한 뒤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또 다시 연애 예능 장르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연애 프로그램은 변주가 얼마든지 가능한 아주 넓은 장르다. 섭외 과정이 힘들고 지난하지만, 흙 속에서 진주를 캐내기만 하면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지기에 잘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총 5쌍의 남매를 섭외하는 데 반년이 걸렸다. 이마저도 “운이 좋았다”고 이 PD는 말했다. “사전 인터뷰부터 대놓고 싸우는 등 다양한 남매들을 만났다. 신기한 것은 둘이 나란히 앉아 있으면 한 가정의 모습이 그려진다는 점이었다”면서 “이렇게 잘 자란 사람들을 도대체 누가 키워냈을까 싶은 호기심도 들었다”고 말했다.

연애 프로그램 최초로 남매로 출연한 방송인 조나단, 패트리샤 등 '연애남매' 패널들의 모습. 사진 JTBC

연애 프로그램 최초로 남매로 출연한 방송인 조나단, 패트리샤 등 '연애남매' 패널들의 모습. 사진 JTBC

출연진의 인생 서사는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힘이 됐고, 이는 동시에 연애 예능으로서 ‘연애남매’만의 차별점이 됐다. 이에 프로그램은 공개 3주 만에 비드라마 부문에서 화제성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를 기록했다. ‘톰과 제리’마냥 아웅다웅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평범한 남매부터 부모님의 이혼, 어머니의 암 투병 등 굵직한 인생사를 함께 이겨내며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남매도 있다.

이 PD는 “너무 화려하거나 다른 세상 사람이면 시청자가 자신을 투영시킬 수 없다”면서 “화면에 나오는 사람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삶이 궁금해야 연애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친근감을 더하는 장치로 6mm 캠코더 영상과 사진 등 출연진의 어린 시절 자료들을 활용했다. 부모님이 출연해 남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 편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고민도 있다. ‘연애남매’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에서 선공개 되고, 1시간 뒤 JTBC 채널을 통해 방영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구독자 유입에 큰 성과를 거둔 플랫폼과 달리, 채널에선 화제성만큼 시청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PD는 “2시간 30분 가량의 방영 시간 때문에 동 시간대 볼거리가 많은 TV에선 아무래도 이탈 가능성이 커지지 않았나 싶다”면서 “프로그램 진행 중에도 계속해서 여러 고민을 하고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애남매' 포스터. 사진 JTBC

'연애남매' 포스터. 사진 JTBC

“안정적인 것보다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그는 연출 데뷔작 ‘윤식당’ 이후 ‘환승연애’ 시즌 1·2로 PD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을 때 이적을 결심했다. “이전 회사에 그대로 있었더라면 ‘환승연애’를 놓지 못했을 것 같다. 새로운 상황에 내몰려서라도 변화와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적 후에도 ‘환승연애’가 시즌제로 꾸준히 제작되면서 IP(지적재산)의 가치가 이어지고 있어 기분이 참 좋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을 묻는 질문엔 “대중의 기호에 맞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잘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PD들은 대부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많던데, 저는 그렇진 않아요. 지금 하는 것을 일단 충실하게 해내고, 다음이 닥쳤을 때 치열하게 생각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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