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기업 배터리를 최초 탑재한다. 배터리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8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인도 자동차용 배터리 전문기업 엑사이드 에너지와 인도 전용 전기차(EV)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정덕교 현대차?기아 전동화부품구매사업부 상무(왼쪽부터), 만다르 브이 데어 엑사이드 에너지 최고경영자(CEO), 양희원 현대차?기아 R&D 본부장(사장)이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현대차?기아
엑사이드 에너지는 인도 납산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 엑사이드가 2022년 설립한 자회사다. 이르면 올 연말부터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양산할 계획이다. 엑사이드 에너지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셀을 생산해 현대차·기아 인도 공장에 공급하면, 현대차그룹이 이를 인도 시장 전용으로 출시할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것. 이 차량이 출시되면 인도산 배터리가 탑재되는 최초의 전기차가 된다.
가격 경쟁력·공급망 다변화
현대차·기아는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현지 배터리를 조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공급망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배터리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엑사이드 에너지와 배터리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전동화 전반에 대한 파트너십을 확대해 인도 정부의 전동화 정책에 공동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테슬라도 눈독 들이는 인도 시장
인도는 세계 3대 완성차 시장이다. 지난해에만 OO대가 팔렸다. 인도 정부는 최근 자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친환경차 제조 기지로 전환하려는 중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때문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인도 전기차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시장에 대해 “아주 해볼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3일 테슬라가 인도 공장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실사팀을 보낼 예정이라며 20억에서 30억 달러(약 4조43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이 밖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인도 내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00만대 판매 ‘크레타’ 내년엔 전기차 출시
현대차·기아 역시 인도 현지 전기차 생산 시설 구축에 투자 중이다. 2023년부터 10년 동안 약 2000억 루피(약 3조2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오는 2028년까지 6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도 대거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인도에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 EV6 등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내년에는 인도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된 현대차 크레타의 EV 모델도 출시한다.
크레타는 소형 SUV로 인도 등 일부 시장에만 판매되고 있다. 크레타는 인도에서 1세대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사진 현대차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사장)은 “인도는 향후 전동화 확대가 기대되는 중요한 시장으로 초기에 배터리 현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향후 우리가 양산할 인도 전용 전기차가 인도 현지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하는 첫 전기차가 된다는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