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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찰위성 2호 발사…악천후에도 北 감시할 '고성능 눈' 생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425 사업’에 따라 추진되는 한국군 독자 정찰위성 2호기 발사가 성공적으로 실시됐다. 군 당국은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해당 위성을 통해 더욱 촘촘한 대북 감시망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8일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관계자들과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현장 중계 장면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8일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관계자들과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현장 중계 장면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8일 국방부에 따르면 425 사업 2호기 위성은 미 플로리다주 메리트아일랜드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서 오전 8시 17분(현지시간 7일 오후 7시 17분) 발사됐다. 발사체는 지난해 12월 2일 발사된 1호기와 마찬가지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렸다.

본 교신 무난히 성공…4~6개월 내 전력화

9시 2분쯤 궤도에 정상 진입한 2호기는 9시 11분 시도된 호주 지상국과 예비 교신에는 실패했다. 다만 예비 교신은 위성체로부터 궤도 정보가 수신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측 정보로만 실시되는 교신이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원래 높지 않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성공적 발사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본 교신은 위성이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뒤 정밀한 궤도 정보를 바탕으로 시도돼 10시 57분 무난히 연결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2호기는 2주간 태양전지판·안테나 반사판 전개 등 기능 확인 작업 등을 거치고 4~6개월 내 전력화할 예정이다. 앞서 발사된 1호기는 현재 영상 픽셀을 실제와 맞추는 등 검·보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 등 평양 중심부를 촬영했다고 한다. 군 당국은 오는 6~7월부터 정찰위성 1호기의 정상 임무 돌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위성 발사는 합성개구레이더로도 불리는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대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대를 도입하는 425 사업의 일환이다. 1호기는 EO·IR 위성, 2~5호기는 SAR 위성으로 구성된다. 2017년 12월 사업비 1조2214억원으로 개발을 시작해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5기의 위성이 발사된다. 이중 SAR 위성은 방위사업청의 사업관리 하에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이 개발했다. 'SAR 센서'와 '데이터링크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이 국내 업체 주도로 국산화됐다는 것이다.

EO·IR 상호 보완하며 기상 관계없이 대북 감시

1호기 EO·IR 위성의 경우 400~600㎞ 고도의 태양동기궤도로 한반도를 하루 두 차례 일정한 시간에 지난다. 낮 시간대 EO 카메라로 한 번, 밤 시간대 IR 카메라로 한 번 북한을 훑는 식이다. EO·IR 위성은 지상을 직접 촬영해 대상물을 식별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기상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이번에 발사한 SAR 위성은 레이더 전파를 발사해 반사된 신호를 수신하는 원리가 적용된다. 특정 지역 방문에 최적화한 경사 궤도로 한반도를 하루 4~6회 지난다. 레이더 영상인 만큼 전문가의 별도 분석 절차를 거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하지만, 기상에 상관없이 주·야간 전천후 위성 영상 획득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군 당국은 SAR와 EO·IR 두 종류의 위성을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4기의 SAR 위성으로 주로 북한을 들여다보고, EO·IR 위성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예컨대 SAR 위성이 어떤 물체를 포착하면 EO·IR 위성을 통해 해당 물체가 탱크인지 이동식 발사차량(TEL)인지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 연중 70% 이상 날씨가 흐린 한반도에선 두 종류의 위성을 동시 가동해 들여다보면 EO·IR 위성이 쌓아가는 북한 지상 정보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의미다.

軍 “425 위성, 세계 최고 수준”

군 당국은 425 사업 위성이 수준급의 성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1호기 EO·IR 위성의 해상도는 약 30㎝로, 신문지 한 장보다 작은 크기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포착해낼 수 있다. 정찰위성을 구분하는 척도인 서브미터(해상도 1m)급 위성 중에서도 손꼽을 만하다는 설명이다.

425 사업의 SAR 위성 역시 세계 최고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세계 최고 성능 SAR 위성의 해상도는 16㎝라고 한다.

425 사업과 별도로 2030년까지 소형 및 초소형 정찰위성 50∼60기를 확보하는 사업도 계획대로 추진된다. 특히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425 위성과 달리 초소형 정찰위성은 고체연료로 운용된다. 액체추진 발사체는 연료 효율이 좋아 대형 탑재물 운송에 적합하지만, 다수의 복잡한 구성품으로 구성돼 취급이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이에 비해 고체추진 발사체는 구조가 단순하고 비용이 저렴하다. 발사준비 기간도 고체연료는 7일 이내에 불과해 수십일 이상 소요되는 액체연료보다 짧다. 안보 수요에 맞춰 적시에 위성 발사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8일 한국 시간으로 오전 8시 17분(현지 시간 7일 오후 7시 17분)에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미국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서 정상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사진 국방부

국방부는 8일 한국 시간으로 오전 8시 17분(현지 시간 7일 오후 7시 17분)에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미국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서 정상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사진 국방부

초소형 위성 가세하면 30분 주기 대북 감시

군 당국은 425 위성에 소형 및 초소형 정찰위성이 가세하는 2030년이 되면 북한을 바라보는 정찰 주기를 30분까지 단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미사일의 연료 준비 시간이 20~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상동향을 포착할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공격 징후가 임박하면 먼저 북한을 제압한다'는 킬체인(Kill Chain) 역량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역량을 '우리 눈'을 통해 확보한다는 점에서 대북 위성 정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보다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첫 군사정찰위성을 쏜 북한도 이달 중 추가 위성 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군 당국은 당시 낮은 해상도 등을 들어 북한 정찰위성에 대해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신원식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추가 위성 발사를 놓고 “3월 중 쏠 가능성을 예의주시했는데 몇 가지 추가 보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중순 특별한 날에 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4월 말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본다”고 말했다.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또 “남북한의 정찰위성 경쟁력 차이는 단언컨대 훨씬 많은 격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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