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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싸움하다 장교 얼굴에 눈 비빈 부사관…2심도 무죄,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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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싸움을 하던 중 장교 얼굴에 눈 뭉치를 비볐다가 재판에 넘겨진 부사관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김재호·김경애·서전교)는 상관 폭행 혐의로 기소된 부사관 A씨에게 지난달 29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 경기도의 한 군부대에서 ‘제설 작전’을 하다 자연스럽게 부대원들과 계급장에 불문한 눈싸움을 했다.

A씨는 부대에 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대장 B씨에게 눈 뭉치를 던지며 장난을 쳤고, B씨도A씨를 쫓아가며 양손으로 눈을 뿌렸다.

그러자 A씨는B씨의 계급장이 부착된 옷깃을 잡아끌어 허리를 숙이게 만든 후 손으로 눈을 집어 B씨 얼굴에 비볐다.

군 검찰은 당시 B씨가 “진짜 그만, 그만”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점 등을 바탕으로 A씨를 상관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군형법상 상관 폭행은 5년 이하의 징역, 적 앞인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무거운 죄다.

1심을 맡은 군사법원은 B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B씨 진술은 주요 부분에서 일관될 뿐 아니라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며 A씨가 B씨 얼굴에 눈 뭉치를 비빈 행위 자체는 사실로 인정했지만, A씨의 행위를 상관 폭행죄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대의 지휘체계와 군 질서를 해치는 부주의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지만 군형법상 상관 폭행죄로 처벌해야 할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엔 부족하다”며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A씨의 입장에서는 B씨가 자신의 눈싸움 장난에 응해준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B씨가 소리를 지르거나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사회 통념상 장난의 범주에 포함시킬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그 직전 도망가는 A씨를 향해 눈을 뿌린 점을 고려하면 A씨는 그마저도 눈싸움 내지 장난의 일환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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