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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30% 뚝 떨어지자…"이건 기회" 테슬라 쓸어담는 서학개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30% 넘게 하락하며 S&P500지수 종목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AFP=연합뉴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30% 넘게 하락하며 S&P500지수 종목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점점 더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부진한 현재 실적에 향후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달리면서다. 이미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30% 넘게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종목 중 최악의 성적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잇따라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 투자자는 저가 매수 기회라 여기며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테슬라, 3년 만에 주가 ‘반 토막’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연초 대비 34% 하락한 164.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테슬라는 2021년 11월 4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된 바 있다. 3년 만에 60% 넘게 하락한 셈이다.

최근 테슬라는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2일 테슬라에 따르면, 1분기 전기차 인도량(판매량)은 38만7000대에 그쳤다. 월가의 예상치인 44만9000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다. 아울러 테슬라가 추진 중이던 저가 전기차 생산 계획이 폐기됐다는 로이터의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는 지난 5일 하루에만 3.6%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보도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반박했지만, 투자자의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미국 IB JP모건은 테슬라의 목표가를 기존 130달러에서 115달러로 낮췄다. 구겐하임증권은 기존 132달러에서 122달러로, 도이치뱅크는 기존 200달러에서 189달러로 각각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에코프로 그룹 시총 20조원 증발  

테슬라 부진에 국내 증시 이차전지주도 하락세다. 포스코그룹, 에코프로그룹의 시가총액은 한 달 새 20조원 이상 증발했다. 지난 4일 기준 포스코그룹 계열 상장사 6곳의 합산 시가총액은 72억192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달 전(84조2343억원)과 비교해 12조414억원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그룹의 시가총액은 56조6502억원에서 48조483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두 그룹의 시가총액 감소액은 20조2077억원에 달한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1분기 인도량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그동안의 수요 둔화 우려가 현실화해 시장 기대치가 한층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발언도 부정적 전망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 수익 가시성·환상 둘 다 없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저기 전기차 생산 계획이 폐기됐다는 로이터 보도에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저기 전기차 생산 계획이 폐기됐다는 로이터 보도에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AP=연합뉴스

외신은 테슬라의 근본적인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6일 “테슬라의 분기 판매량 감소는 투자자에게 충격을 줬다”며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실제로 얼마나 가치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트렉 리서치는 “전기차이든, 다른 프로젝트이든 테슬라의 다음 성장이 어디가 될지에 대해 가시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주가가) 오르기 위해선 수익 가시성이 뛰어나가나 미래 수익 요인이 될만한 환상적인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테슬라는 지금 둘 다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 자문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는 “현 단계에서 (테슬라 주가의) 바닥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주가 상승을 위한) 촉매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론 머스크는 또다시 주가 부양에 나섰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그는 지난 5일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8월 8일 공개된다”고 발표했다. 로보택시는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무인으로 주행하며 택시처럼 요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서비스를 말한다. 머스크는 2019년부터 머지않아 로보택시 사업이 가능하다고 장담해 왔다. 하지만 로이터는 “관련 기술이 완전치 않고, 규제 당국의 규제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매우 위험한 베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 크루즈가 로보택시 시장에 진출했는데, 크루즈는 잇단 사고로 두 달 만에 운행 허가가 취소된 상태다.

투자자문사 퓨처펀드 어드바이저는 “테슬라가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저가 전기차들과 경쟁하려면 2만5000달러(약 3383만원)짜리 소형차가 필요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로보택시를 늘리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투자자 올해 테슬라 1조원어치 사들여  

테슬라에 대한 주가 전망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테슬라 적정가는 14달러로 그간 주가에 끼어있던 거품이 빠지면서 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는 주장과 향후 5년 안에 주가가 2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의견도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는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해 테슬라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서학 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테슬라로, 8억7300만 달러(약 1조1800억원)를 사들였다. 올해 들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엔비디아(8억5200만 달러)는 근소한 차이로 2위다. 서학개미 순매수 6위도 테슬라 관련 종목이다.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 상장지수펀드(ETF)는 순매수액 2억2200만 달러(3000억원)로 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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