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그룹 최초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까지 한 플레이브는 13일,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번째 팬콘서트 ‘헬로, 아스테룸’을 개최한다. 앞서 진행한 티켓예매는 오픈과 동시에 7만 명이 넘는 팬들이 동시 접속해 화제를 모았다. 뜨거운 인기에 소속사는 팬콘서트 스트리밍 관람권을 추가 오픈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분기에 ‘버추얼 가수’ 나이비스를 론칭한다. 나이비스는 SM의 4세대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가상인간이다. 에스파 미니 3집 ‘마이 월드’(2023)의 선공개곡 ‘웰컴 투 마이 월드’에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에스파는 “원래 나이비스의 솔로곡이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뺐어 왔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K팝과 첨단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한 버추얼 아이돌이 메이저 음악신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대형 기획사들도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가수 미드낫을 통해 음성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고, 카카오페이지는 버추얼 걸그룹 오디션 ‘소녀 리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버추얼 그룹 메이브를 데뷔시켰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버추얼 모델이 처음 나왔을 땐 ‘불편한 골짜기’(인간과 유사한 로봇 등을 봤을 때 느끼는 불안감) 반응이 있었는데 지금은 버추얼의 성공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형기획사가 버추얼 시도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봤다.
아담의 후예
버추얼 아이돌의 조상은 1998년 데뷔한 ‘국내 1호 사이버 가수’ 아담이다. 플레이브, 소녀 리버스는 가상 캐릭터 뒤에서 사람이 노래한 아담의 방식을 발전시킨 형태다. 플레이브는 사람이 장비를 착용하면 화면에 버추얼 캐릭터가 등장, 말과 움직임을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중계하는 형태로 음악 방송, 콘서트, 쇼케이스 등을 소화하고 있다.
플레이브의 인기는 상당하다. 지난 2월 발매한 미니 앨범 2집 ‘아스테룸:134-1’은 일주일 만에 57만장 가까이 팔렸고, 수록곡 모두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타이틀곡 ‘웨이 포 러브’는 발매 24시간 만에 600만 음원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이들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는 실시간 소통을 꼽았다. 그는 “플레이브는 언리얼 엔진(게임 기술)으로 제작해 즉각적 소통이 가능하다. 멤버들의 매력과 실력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그룹 오디션 ‘소녀 리버스’도 걸그룹 출신의 참가자들이 3D 장비를 착용하고 화면을 송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오디션을 통해 버추얼 그룹 피버스가 탄생했다.
목소리까지 AI
카카오는 피버스 외에 메이브라는 4인조 버추얼 아이돌도 론칭했다. 메이브는 ‘소녀 리버스’ 시스템과는 다르다. 사람이 본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형부터 목소리까지 AI 기술로 만든 가상의 존재다. 이를 위해 기술력을 갖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협업했다.
곧 선보일 나이비스는 에스파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가상세계 캐릭터다. 현실 세계의 에스파와 가상세계 속 이들의 아바타인 아이-에스파를 서포트하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세계관에서만 등장하던 가상 캐릭터가 가수로 데뷔한다는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나이비스의 음색은 성우 12명의 목소리를 AI로 분석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SM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움직임과 목소리를 만들고, 실시간 소통까지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시청자 눈도장을 찍은 버추얼 휴먼들도 잇따라 가수 데뷔한다. 지난 2월 JTBC 특집 프로그램 ‘리얼라이브’ MC를 봤던 이아는 7일 데뷔곡 ‘우리의 계절’을 공개했다. MBC ‘PD가 사라졌다’의 MC로 나선 수비는 7월에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며, 향후 이아와 함께 버추얼 그룹 ‘시즌’으로 활동한다. 이들을 만든 스튜디오메타케이 김광집 대표는 "AI 가상 아티스트가 드라마·영화·광고에만 국한되지 않고, 활동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버추얼 가수는 사람이 아니기에 스캔들과 같은 리스크가 없고, IP(지적재산권)의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면서 “충분히 K팝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은 이미 데뷔한 가수를 활용해 게임이나 웹툰을 만들고 있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는 게임이나 웹툰을 기반으로 한 버추얼 K팝 그룹이 데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