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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황교안 2'" "3년간 반성"…총선 이후 준비하는 與 잠룡들

중앙일보

입력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여권 내 차기 대선 잠룡(潛龍)으로 꼽히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4·10 총선을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권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며 여권 지지를 호소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윤석열 대통령과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홍 시장은 특히 한 위원장을 잇달아 비판했다. 그는 4일 페이스북에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못되면 그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시즌2로 전락할 것”이라며 “사즉생 각오로 화난 국민들에게 마지막까지 읍소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 앞에 엎드려 절하는 게 무엇이 어렵냐”며 “아직도 검사 곤조(근성의 일본어)가 남아 항일 독립투쟁도 아닌데 이육사 선생처럼 꼿꼿이 서서 죽겠다는 거냐”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충북·강원·경기 유세 현장에서 “‘큰절 유세’는 하지 않겠다”고 한 한 위원장을 비판한 것이다.

홍 시장은 3일에도 페이스북에 “셀카나 찍으면서 대권 놀이나 하는 것이 어처구니없다”며 한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선거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초보 대표에 초선 사무총장, 정치도 모르는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모여서 하는 짓들이 한심하다”고 썼다. 한 위원장뿐만 아니라 장동혁 사무총장과 정영환 공관위원장까지 공개 저격한 것이다. 홍 시장은 2일엔 “핑계나 댈 생각 말고 (총선) 끝까지 최선을 다해라”라면서도 “지면 깨끗이 승복하고 책임지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충남 당진시 당진전통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충남 당진시 당진전통시장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수도권 중심으로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 중인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반성을 자주 언급한다. 그는 4일 C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 후보 중) 민주당 후보보다 훨씬 나은 후보들이 많다”며 “인물을 봐 달라”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부 임기가 3년이나 남아 있다”며 “3년 동안 저희가 반성하겠다. 자세를 낮추겠다. 때리면 맞겠다. 일할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도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워낙 강하다”며 “중도층 마음을 3%, 5% 포인트만 돌릴 수 있어도 해볼 만한 선거겠지만 그 고비를 넘기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수 지지층에 읍소하면서도 당 지도부 및 정부와는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부 인사들은 “홍 시장과 유 전 의원 모두 총선 이후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 풀이한다. 두 사람은 “내 시간은 2년 뒤”(홍준표), “총선 이후 이야기는 안 하고 싶다”(유승민)며 총선 이후 정국에 대해 말을 아낀다. 그러나 총선 전망이 대체로 여권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징후가 뚜렷하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들을 만나며 접촉면을 확장 중이다. 홍 시장은 당장 다음 전당대회 출마는 어렵지만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여권 내 역학관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홍 시장, 유 전 의원 모두 큰 정치인이자 전략가”라며 “말 하나 행동 하나 계산되지 않은 게 없을 것이다. 총선 후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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