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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도, 교수도 제3자일 뿐"…法 '의대증원 소송' 각하 근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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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멈춰달라고 의과대학 교수‧대학병원 전공의‧의과대학 학생 등이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 8건 가운데 3건이 잇달아 각하됐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본격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 끝내버리는 것을 말한다. 서로 다른 재판부에서 판단했지만 법원의 각하 결정문은 거의 동일했다.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은 의대 증원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증원 결정’에서  교수·전공의·의대생은 제3자”

이번 집행정지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행정소송법 12조에서 정한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에 기반한다. 행정처분 취소나 집행정지 사건은 법률상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이 있는 사람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제3자라도 행정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이익이 침해당한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해 판단을 받을 자격이 생기지만, 간접적이거나 사실상의 이해관계인이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는 각 대학의 장”이라고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각 대학 총장이라는 얘기다. 근거는 고등교육법이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학생 정원을 ‘각 대학 설립운영규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학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의과대학 정원은 교육부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정한 입학정원에 따라야 한다’고 별도로 조건을 달아뒀다. 교수와 의대생 등이 문제삼는 발언‧배정처분 등의 직접 상대방은 ‘증원 신청 및 학칙으로 실제 입학정원을 정하는 각 대학의 장’이라는 것이다.

반면 교수‧전공의‧의대생은 증원처분으로직접적·구체적으로 법률적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봤다. 증원이 예정돼있지 않은 의대의 교수들은 “증원 처분으로 교수들에게 직접적인 법률상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에서, 증원 예정인 의대 교수들은 “입학정원과 관련해 교수의 이익을 배려하는 규정이 없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양질의 의학교육을 받거나, 하기 위해 정원을 제한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 아니다”라고 법원은 결정했다. 설령 양질의 교육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각 대학에서 시설 및 인력 확보로 해결할 일이라는 게 법원의 논리다.

법원은 의사 수가 급증해 경제적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필수의료에 관한 정부 정책을 바로잡을 필요에 대해서는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 이익 주장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학 총장이 소송할 수 있지만…

경남 양산시 물금읍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해부학실습실 모습. 뉴스1

경남 양산시 물금읍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해부학실습실 모습. 뉴스1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법원의 각하결정에 ‘즉시항고’ 의사를 밝히고 항고장을 접수하는 등 법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 결정에 따르면 적법한 소송은 각 대학 총장이 나서야 성립되는데, 의대 유치가 대학 입장에는 유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

의료계에선 헌법 31조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 침해를 근거로 헌법소원도 예고했지만, 결과는 불확실하다. 헌법소원 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기본권을 침해 받았을 때’ 제기할 수 있지만, 다른 법률상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집행정지신청만 각하했을 뿐 본 소송 심리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요건이 맞지 않고, 기본권 침해 주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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