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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90달러 뚫었다…Fed 매파 “올해 금리 내려야 할지 의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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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호 12면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 재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목표 물가 상승률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구간이 ‘울퉁불퉁’해 지면서 6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미국의 3월 신규 일자리도 크게 증가했다.

4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로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1.3달러) 오른 배럴당 90.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27일(배럴당 90.45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도 배럴당 86.59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1.4%(1.16달러) 올랐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러시아도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산유국의 감산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최대 휘발유 소비 시기인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된다.

문제는 물가다.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국제유가마저 오르면 물가 상승률이 재반등할 수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리 인하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일자리 수도 크게 늘었다. 5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30만3000건 늘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0만 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에 앞서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를 강조해 왔는데, 국제유가 상승에 이어 노동시장마저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더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일 “물가 상승률이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것을 넘어서, 올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강경해진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연준 내에서도 ‘매파(긴축정책 선호)’로 분류된다.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춘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 스케줄도 꼬일 수밖에 없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여전히 6월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금리를 낮추지 않는다고 해도 한은은 한국 경제의 전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은 미국과 달리 경기 침체 우려가 크기 때문에 미국만 바라보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마냥 늦출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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