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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8% 적금 해지해주세요" 올해도 고객에 읍소하는 이 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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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주농협. 사진 네이버지도 캡처

동경주농협. 사진 네이버지도 캡처

경북 경주의 동경주농협에서 연 8.2% 고금리 적금 상품을 판매했다가, 이자 지급이 어려워지자 가입자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5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동경주농협은 최근 고금리 적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 해지를 호소하는 우편을 보내거나 웹사이트 공지글을 재차 올렸다. 지난해 1월에도 웹사이트에 계약해지를 요청하는 공지글을 올린 바 있다.

이 농협은 2022년 11월 비대면으로 연 8.2% 금리의 적금을 특별 판매했다. 이에 전국적으로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몰렸다. 하지만 농협이 비대면 계좌 개설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애초 목표인 100억원의 90배인 약 9000억원이 입금됐다.

자산 1670억원의 소규모 농협인 동경주농협은 1년 이자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해 경영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2022년 12월부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지를 호소했지만, 현재까지 계약금을 기준으로 약 2330억원이 남았다. 지급해야 할 총 이자만 해도 348억원에 달한다. 매년 5억∼6억원의 흑자를 내는 구조를 지닌 동경주농협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동경주농협은 2008년에도 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동경주농협 측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남은 금액은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고 2024년은 적자 결산이 불 보듯 뻔해 존폐 갈림길에 섰다"며 "적금 계좌를 해지해주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며 다시금 호소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주시연합회 문무대왕면지회도 호소문을 통해 "농협이 파산으로 없어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지역 농민 조합원들"이라며 "농협 직원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겠지만 농민과 지역 농업을 생각해서라도 파산으로 가지 않도록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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