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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한중일 정상회의 속도…외교부 "서울 개최, 날짜 협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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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019년 12월 이후 4년 넘게 열리지 않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차기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일정을 3국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회의 개최를 위해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중국 측의 태도로 속도를 내지 못했는데 물밑 조율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서울에서의 정상회의 개최 일자를 3국 간 협의 중"이라며 "구체 일자는 정해지는 대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3국은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일·중 측과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도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 5월 개최와 관련해 일본측에 타진이 있었냐는 질문에 "의장국인 한국의 노력을 지지하며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위해 3국이 조율을 하고 있다"며 "한·중·일 정상이 만나 구체적인 협력방향, 지역의 제반 과제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대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에이펙(APEC)하우스에서 제10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하기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것은 2019년 8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송봉근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대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에이펙(APEC)하우스에서 제10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하기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것은 2019년 8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송봉근 기자

앞서 전날 교도통신은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이 다음 달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통령실도 "한·중·일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논의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2019년 12월 중국 청두서 열린 회의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의 윤곽이 드러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은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준비를 가속화한다고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개최일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한국과 일본이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중국 측이 물밑 조율에서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 간 만남에 호응하지 않았다. 또 같은 달 26일 부산에서 열린 제10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의 직후 추진됐던 공동 기자회견과 공식 만찬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갑자기 전해왔다.

지난해 11월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정상 좌담회에 앞서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1

지난해 11월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 정상 좌담회에 앞서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1

이를 두고 당시 외교가에선 왕 부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부담스럽게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국 정상회의의 개최 시기는 물론 북·러 밀착 강화나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에 대한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내달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다면 주요 의제로는 3국 간 경제협력과 인적 교류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도 전날 이번 회의가 성사되면 한국과 일본은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을 촉구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도 한·미·일이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이를 조율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이 한·중·일 정상회의의 '서울 개최' 사실을, 외교부가 "일자가 정해지는 대로 알리겠다"는 입장을 각각 밝힌 만큼 3국 간 협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라고 봤다.

한·중·일 외교장관이 지난해 11월 26일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 인근에서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한·중·일 외교장관이 지난해 11월 26일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 인근에서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 외교부 제공, 연합뉴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일자를 조율하고 있다는 건 기본적으로 3국이 개최에 합의했다는 얘기"라며 "장소까지 서울로 못을 박은 것으로 봐선 상당히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소와 시기 등 기본적인 사안을 넘어 의제 조율과 같은 본격적인 회의 준비를 협의하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3국이 기본적으로 동북아지역에서 냉전적 갈등과 충돌 상황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올해 3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4월 한국 총선 등 각국 국내 정치일정의 영향으로 5월 전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외교소식통도 지난해 말 "중국은 1월 대만 총통 선거 직후 한두 달 간 대만 관련 상황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3국 정상회의를 내년 양회 이후에 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내달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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