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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공의 이탈' 병원 클수록 타격…서울대·아산·성모 '수입 -28%'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공의 이탈 후 병원들이 진료를 축소하고 의료 이용이 크게 줄면서 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수익이 2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선 사태가 더 장기화할 경우 지방 사립대병원이 먼저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대한병원협회가 500병상 이상 전국 수련병원 50곳의 최근 경영 현황을 조사해 보니 2월 전공의 사직 행렬 이후 지난달까지 의료 수입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38억3487만원(감소율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0곳 병원 평균 84억7670만원 줄었다.

50곳 병원은 규모별로 1000병상 이상 9곳, 700~1000병상 미만 29곳, 500~700병상 미만 12곳이다.

2월 하순 2주간 평균 수익이 약 12억9885만원(감소율 7.9%) 감소했는데, 3월은 전년보다 71억7785만원가량 줄어 감소율이 19.5%로 확 늘었다.

지난달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응급환자를 위한 침상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달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응급환자를 위한 침상이 놓여 있다. 뉴스1

병원 규모가 클수록 수입 감소율이 컸다. 1000병상 이상 9곳은 2월 약 36억5691만원(감소율 10.3%), 3월 약 188억1818만원(24%) 각각 줄었다. 빅 5 중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3곳의 타격이 더 컸다. 2월 마지막 2주간 세 기관의 평균 감소율이 13.6%(약 84억2153만원)였다. 3월은 28.2%(387억8160만원)로 커졌다. 전공의 이탈 직후 3월까지 세 곳의 수입이 평균 23.7% 떨어졌다.

전공의 사직 기간 병원들의 병상 가동률은 평균 56.4%로 반으로 떨어졌다. 전년(75.1%)보다 18.8% 포인트 감소했다. 병원 규모별로 차이가 커 1000병상 이상 기동률은 78.5%에서 59.3%로 19.2% 포인트 급감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대·아산·성모 등 3곳은 작년 같은 기간 가동률이 86.2%였는데 57.9%로 28.3% 포인트 내려갔다.

입원 환자 수는 50곳 병원 전체 42만9048명(27.8%) 줄었다. 병원당 평균 8581명 감소한 것이다. 1000병상 이상 병원에선 1만7642명(33.1%) 급감했다.
외래 환자 수는 전체 73만1801명(13.9%)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병원당 8581명씩 준 셈이다. 역시 1000병상 이상 큰 병원에선 이 기간 2만9981명(15.8%)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대·서울아산·서울성모 등 3곳의 입원, 외래 환자 수는 각각 36.9%(2만9314명), 18.3%(5만9285명) 줄었다.

최근 빅5병원 중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이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병상과 인력 운영 효율화에 들어갔다. 병동을 폐쇄하고 무급휴가를 시행하며 버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지방 사립대병원부터 실제 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병원장은 “병원들은 의사와 정부와의 갈등에 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병원들이 한 두 달은 버티지만 길어지면 인건비 지급에 당장 문제가 되고 병원이 유지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일단 코로나19 때처럼 정부(건강보험공단)가 병원에 진료비를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정산하자고 제안한다. 앞서 코로나19 때는 자금 순환을 돕기 위해 의료기관이나 약국 등 요양기관 진료비를 전년도 월평균 비용의 90~100% 수준에서 우선 건강보험이 미리 정산했다. 사립대학 부속 병원들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의대생 교육과 연관성을 내세워 일반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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