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노총 와해’ 허영인 SPC 회장 구속영장 발부…檢, “조사때만 부정맥 납득 안돼”

중앙일보

입력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5) SPC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허 회장에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봤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2022년 8월 계열사인 PB파트너즈 소속 제빵사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허 회장은 지난달 18·19·21일과 지난 1일까지 네 차례 검찰 조사에 불응하다 2일 오전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체포됐다. 검찰은 체포 하루 후인 지난 3일 허 회장에 대한 사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빵사 직접고용 논란 이후 민노총과 갈등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월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월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허 회장은 그간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유로 그룹 총수로서 소화해야 할 경영일정과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검찰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스케줄에 빈틈이 없다던 허 회장이 지난달 25일엔 조사 1시간도 되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귀가 요청을 했다”며 “당시 부정맥 소견을 주장했지만, 업무적으로 강행군할 수 있었던 허 회장이 검찰 조사 때만 부정맥을 일으킨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도 “조사를 회피할 의도가 없었다”는 허 회장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PC와 민주노총 간 갈등은 2017년 고용노동부가 SPC 제빵 노동자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한 게 도화선이 됐다. SPC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2018년 1월 PB파트너즈를 설립해 고용과 처우를 본사와 동일하게 개선하기로 약속했지만, 민주노총 측은 이 같은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시위를 이어갔다. 2019년엔 민주노총 측이 던킨도너츠 운영사인 비알코리아 안양공장의 위생문제를 허위제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2022년 10월엔 경기도 평택시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의 끼임 사망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검찰은 허 회장 측이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노조 와해를 시도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고 보고받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상대로 승진 인사 등에 불이익을 주면서 탈퇴를 유도하는 대신 사측에 우호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가입을 지원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같은 일을 기획·시행한 혐의로 지난달 22일엔 황재복 SPC 대표가 구속기소 됐다. 2월23일 구속기소된 백모 SPC 전무는 한국노총 측으로 하여금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허위 인터뷰를 기획·보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SPC 전무-검찰 수사관 수사기밀 유출 의혹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지난해 10월30일 오전부터 SPC 본사 및 허 회장 등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SPC본사.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지난해 10월30일 오전부터 SPC 본사 및 허 회장 등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SPC본사. 뉴시스.

 허 회장은 검찰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2023년 6월 진행된 서울중앙지검의 자신에 대한 배임 혐의(1심 무죄) 수사 당시 백 전무와 6급 검찰수사관 김모씨의 수사기밀 거래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상태다. 김 수사관은 62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백 전무로부터 수수하고 수사기밀을 유출하는 등 공무상비밀누설·부정처사후수뢰·뇌물공여 등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 됐다.

 SPC 측은 “검찰이 허영인 회장의 입장에 대하여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않은 현 상황에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허 회장은 얼마 전에도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법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