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75) SPC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허 회장에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봤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2022년 8월 계열사인 PB파트너즈 소속 제빵사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허 회장은 지난달 18·19·21일과 지난 1일까지 네 차례 검찰 조사에 불응하다 2일 오전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체포됐다. 검찰은 체포 하루 후인 지난 3일 허 회장에 대한 사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빵사 직접고용 논란 이후 민노총과 갈등
허 회장은 그간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유로 그룹 총수로서 소화해야 할 경영일정과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검찰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스케줄에 빈틈이 없다던 허 회장이 지난달 25일엔 조사 1시간도 되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귀가 요청을 했다”며 “당시 부정맥 소견을 주장했지만, 업무적으로 강행군할 수 있었던 허 회장이 검찰 조사 때만 부정맥을 일으킨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도 “조사를 회피할 의도가 없었다”는 허 회장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PC와 민주노총 간 갈등은 2017년 고용노동부가 SPC 제빵 노동자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한 게 도화선이 됐다. SPC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2018년 1월 PB파트너즈를 설립해 고용과 처우를 본사와 동일하게 개선하기로 약속했지만, 민주노총 측은 이 같은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시위를 이어갔다. 2019년엔 민주노총 측이 던킨도너츠 운영사인 비알코리아 안양공장의 위생문제를 허위제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2022년 10월엔 경기도 평택시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의 끼임 사망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검찰은 허 회장 측이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노조 와해를 시도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고 보고받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을 상대로 승진 인사 등에 불이익을 주면서 탈퇴를 유도하는 대신 사측에 우호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가입을 지원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같은 일을 기획·시행한 혐의로 지난달 22일엔 황재복 SPC 대표가 구속기소 됐다. 2월23일 구속기소된 백모 SPC 전무는 한국노총 측으로 하여금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허위 인터뷰를 기획·보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SPC 전무-검찰 수사관 수사기밀 유출 의혹도
허 회장은 검찰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2023년 6월 진행된 서울중앙지검의 자신에 대한 배임 혐의(1심 무죄) 수사 당시 백 전무와 6급 검찰수사관 김모씨의 수사기밀 거래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상태다. 김 수사관은 62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백 전무로부터 수수하고 수사기밀을 유출하는 등 공무상비밀누설·부정처사후수뢰·뇌물공여 등 혐의로 지난 2월 구속기소 됐다.
SPC 측은 “검찰이 허영인 회장의 입장에 대하여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않은 현 상황에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허 회장은 얼마 전에도 검찰의 부당한 기소로 법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