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원곤의 퍼스펙티브

확증파괴 능력 없이 핵 공격 감행은 자살 행위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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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북한은 한국에 핵 공격 할 수 있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모든 미사일의 핵무기화를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화성-16나’형이라고 명명한 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며, 이로써 북한이 보유한 단거리·중거리·장거리 미사일의 고체연료화와 탄두 조종 능력을 갖췄다고도 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한·미 군 당국의 요격을 피해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의 핵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김정은 “모든 미사일 핵무기화”
한·미 훈련 맞서 남침 계획 점검
전쟁은 북 정권 종말 가져올 뿐
군, 건설에 투입하는 편이 현명

북한이 지난 2일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16나형’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모든 미사일의 핵무기화를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북한이 지난 2일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16나형’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모든 미사일의 핵무기화를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두 개의 적대적인 국가 관계’로 규정한 기조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지난 2월 8일 건군절에 “한국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이 국가의 최고 목표인 국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른바 ‘전쟁할 결심’을 연이어 발신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한국과 미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자유의 방패’ 연합 훈련을 시작하자, 노골적으로 남침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북한의 전쟁 시나리오

북한이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 특히 최근 시도하고 있는 각종 미사일 시위를 통해 남침 시나리오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전쟁 시나리오의 시작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군사 충돌이다. 한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경우 북한은 이를 빌미로 전방에 배치한 장사정포나 다연장로켓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공격하고, 전차와 기갑사단을 동원해 남침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또 전쟁 초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저위력 핵으로 불리는 전술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한·미는 연합 작전 계획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의 증원군을 파병하게 되어 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그런 만큼 북한이 미군이나 연합군의 증원을 저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란 건 상식이다. 괌과 일본 내 유엔사 후방 기지 등을 공격하기 위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보인 행보는 정확히 이 시나리오에 기초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6일 서해 북방한계선을 공격하는 서부지구 작전훈련기지에 대한 현지 지도를 시작으로, 수도권 타격 임무를 부여한 포병부대(7일), 전차부대 훈련(13일),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 사격 훈련(18일)을 연달아 챙겼다. 그의 발걸음은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19일)과 지난 2일 일본과 괌까지 날아가는 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로 이어졌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북한은 정말 한국을 침략할 수 있을까. 미국 내 일부 대북 협상파들의 분석처럼 김정은이 제2의 한국전쟁을 결심했을까. 특히,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가 수차례 공언한 것처럼 한국을 핵으로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을까.

북한의 핵 사용 계획은 ‘희망사항’

‘화성-16나’형 미사일 발사장을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스1]

‘화성-16나’형 미사일 발사장을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스1]

물론 북한이 핵을 동원한 전쟁에 나설 수는 있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북한의 핵 선제 사용은 희망 사항일 가능성이 크다. 군사전략과 핵교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북한은 답이 없는 수수께끼다. 북한이 추진하는 전략은 역사적 사례나 이론적 측면에서 모두 생소하기 때문이다.

핵을 사용하기 위해선 2차 공격 능력 확보가 필수다. 내가 핵을 사용했는데 상대가 더 많은 핵으로 공격해 온다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확증 보복 능력’이라고도 불리는 2차 공격 능력을 못 갖춘 국가가 미국 같은 핵 능력 보유 국가를 상대로 핵전쟁을 시도하는 건 자살 행위다.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핵 능력을 갖출 수 없다. 미국은 핵 대응의 3대 요소인 사용 억제, 사용 시 방어, 사용 후 반격 측면에서 모두 절대 우세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정찰위성 한 기를 발사했지만, 정찰 능력은 미국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사용할 조짐을 위성과 다양한 정찰 장비로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움직임이 명확하다면 정밀 타격을 통해 저지할 수 있다. 이는 ‘작전계획 5015’의 일부이기도 하다. 사전 제거에 실패하더라도 알래스카와 미 본토에 구축된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에 나선다.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잠수함 발사 트라이던트 II 등의 전략핵 등 고위력 핵무기로 북한을 사실상 ‘확증 파괴’ 할 수 있다. 이른바 대량 응징보복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자신들이 전쟁을 시작할 수 있고, 특히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을 섞어 초기부터 핵을 사용하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한반도 전쟁 시 김정은이 가장 큰 타격

일각에선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저위력 핵을 사용한 후, 미국에 “핵 보복 공격을 할 경우 미 본토를 전략핵으로 타격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전쟁 초기 한국의 소도시나 인구가 분산된 지역을 저위력 핵으로 공격하여 공포심을 극대화한 뒤, 미국이 핵으로 반격하려 하면 화성-15·17·18형 등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실어 워싱턴 DC를 공격하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핵 보복을 막으려 한다는 가정이다. 북한 입장에선 전면적인 핵전쟁을 하지 않고도 미국의 개입을 막고 전쟁 승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의도한 대로 될까. 우선 한·미가 보유한 미사일 다층 방어체계를 뚫기 쉽지 않다. 한·미의 ‘방패’를 뚫더라도 북한 입장에선 문제가 생긴다. 남한 대부분은 인구 밀집 지역이므로 대량 핵 피해가 불가피하다. 즉, 북한이 남한을 핵으로 공격하는 순간 전면전으로의 확전은 불가피하다.

한국은 핵이 없지만, 대형 탄두 탑재가 가능한 현무 5와 각종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F-35 스텔스기 등을 동원해 북한 지도부 제거에 나설 수 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미국도 핵으로 북한을 응징할 것이다. 핵우산이다. 미국이 북한의 본토 공격을 우려해 핵 사용을 주저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추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훨씬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미 연합 전력의 막강한 대응에 직면하고, 이는 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스스로 파멸하겠다는 비이성적 판단을 하지 않는 한 전쟁 결심은 쉽지 않다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많은 걸 잃게 되는 사람은 한반도 ‘최고 부자’이자 북한의 독점 권력 소유자인 김정은이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와 핵전쟁을 혼합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더라도 한·미가 압도적 대응 의지와 능력을 갖춘다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어떤 종류의 핵 공격에도 정권 종말로 이어지는 대규모 응징보복을 가한다는 메시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54·5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미국의 핵 태세 보고서 등에서 명시한 것처럼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고,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한다”라는 경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억제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을 향해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는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방침을 천명한다면 확전을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면 핵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신중해야

반면,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 주장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술핵의 재배치는 북한의 저위력 핵무기에 대응해 미국도 제한적 또는 비례적 대응에 그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군사력으로 한국 영토 전체를 점령하는 ‘영토 완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전쟁은 김일성으로부터 70여년간 이어진 백두혈통 통치체제 종말을 초래한다. 한·미 작전 계획은 북한의 선제공격을 절대 전제로 작동한다. 따라서, 북한은 “칼을 쳐서 쟁기를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선택이 오히려 현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지난달 4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인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경제건설에 대규모 군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쟁할 결심을 접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 현재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