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개봉한 축구영화 ‘넥스트 골 윈즈’는 2014 브라질월드컵 오세아니아 1차 예선에 나선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최하위 미국령 사모아 얘기다. 미국령 사모아는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통가를 2-1로 꺾고 자국 축구 사상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첫 승리를 거뒀다. 그 전까지 17년간 30전 전패를 당한 터였다. 30패 중에는 2002 한일월드컵 오세아니아 예선 호주전의 0-31 패배가 있다. 역대 A매치 최다골 차 경기다.
2002 월드컵 예선을 오세아니아에서 치른 호주가 왜 지금은 아시아 예선에 나올까. 호주는 2002 월드컵 오세아니아 예선에서 6전 전승을 거뒀다. 당시 오세아니아의 월드컵 본선 쿼터는 0.5장. 1위라도 남미 5위와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했다. 호주는 PO에서 우루과이에 졌다. 그 직후 호주는 대륙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아시아로 갈아탄 호주는 2006 독일월드컵부터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6회 연속 본선에 올랐다.
2017년, 호주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2026 북중미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면서다. 오세아니아 쿼터도 0.5장에서 1.3장으로 늘었다. 1위는 본선에 직행, 2위는 PO(6개국 중 2개국 본선행)행이다. 호주가 오세아니아로 돌아간다면, 그 1장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호주는 아시아에 남았다. 호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행 경쟁이 더 치열하며, 그런 강팀과 경쟁해 강해졌고, 더 강해질 수 있다. 스폰서십 및 중계권 등 시장가치도 그래야 더 오른다는 게 결론이었다.
남 얘기를 길게 한 건, 우리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지난달 26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태국에 3-0으로 이겼다. 일각에선 “3차 예선에 ‘사실상’ 진출했다”고 했다. 웃기에는 ‘사실’ 아직은 이른데 말이다. 한국은 보름 전 홈에서 태국과 1-1로 비겼다. 두 달 전에는 요르단에 0-2로 졌다. 그 직전엔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대표팀 감독은 부재중이다. 3개 조로 진행하는 최종예선에서는 각 조 1·2위만 본선에 간다. 한국(FIFA 랭킹 22위)이 톱시드를 못 받으면, 이미 최종예선에 오른 일본(18위), 이란(20위) , 호주(23위) 중 한 팀과 같은 조에 묶인다. 요르단마저 같은 조에 속한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호주는 목표를 위해 대륙마저 바꿨다. 그렇게 해서 강해진 호주는 더 강해지려고 본선행이 ‘사실상’ 보장되는 길도 접었다. 한국 축구, 그 구심점인 대한축구협회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선임 당시부터 ‘사실상’ 우려를 샀고, 그 우려를 현실화 했던 감독 하나 바꾼 거로 다 됐다고 생각한 건 아닐 것이다. 한국 축구에 애정을 가진 이들은 ‘사실’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데 말이다. 변화를 위해서라면 수장도 바꾸는 그런 결단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