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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회복세인데…물가·원화값·금리에 꽉 막힌 내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내수 위축시키는 3중고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 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있으나 민간소비 둔화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기획재정부 3월 경제동향)

“내수 둔화가 지속하고 있으나 수출은 회복세”(KDI 3월 경제동향)

수출은 좋지만, 내수는 나쁘다. 최근 경제에 대한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의 진단은 이 문장으로 정리된다. 내수 둔화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를 더욱 둔화할 만한 요인이 쌓이고 있다. 물가 상방 압력이 계속되는 데다 달러 가격 강세, 고금리로 인한 소비 여력 위축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물가는 내수 둔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1% 오르면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배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 폭등이 주목받았지만, 장기적 불안 요인은 따로 있다. 다시 시작된 국제유가 상승 랠리다. 3일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89.48달러로, 지난해 10월 30일(89.85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산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오름세를 이어갔다. 석탄·석유제품, 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구리·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는 둔화한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품목이 줄어들면서 소비하는 데 있어 심리적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전 산업생산은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월보다 1.3% 늘었는데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은 3.1% 감소하는 등 통계 지표로도 나타난다.

달러당 1350원 안팎을 넘나드는 환율도 내수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원화값은 1347.1원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1.8원 내려가긴 했지만, 2일 달러당 원화 가격이 1352.1원으로 마감하는 등 연중 원화 가격이 최저로 떨어졌다. 내수 측면에서 달러 가격 상승은 수입 물가가 비싸지는 만큼 가계 소비를 둔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수출 측면에선 달러 강세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인 게 강달러 현상의 원인 중 하나인 만큼 반도체 등 국내 주력 수출 상품의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수출은 늘어나는데 내수는 꺾이는 비대칭 구조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의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런데도 경기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건 내수 부진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가 아니고서는 내수가 반등할 만한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이른 시점에 이뤄지지 않고, 인하 폭도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고금리로 인한 내수 침체 우려도 커졌다.

고금리는 이자 비용 증가로 이어져 내수를 둔화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자를 내는 만큼 쓸 돈은 줄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전년(9만8700원)보다 31.7% 늘어난 13만원을 기록했다. 2019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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