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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 이게 우리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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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우리은행에서 12시즌 동안 8번 우승한 위성우 감독과 2년 연속 챔피언전 MVP를 수상한 김단비. 김경록 기자

우리은행에서 12시즌 동안 8번 우승한 위성우 감독과 2년 연속 챔피언전 MVP를 수상한 김단비. 김경록 기자

“농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우승이에요.”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53) 감독과 포워드 김단비(34)에게 우승 소감을 묻자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열린 2023~24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4차전에서 청주 KB를 78-72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챔프전 2연패를 달성했다. KB(27승3패)는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23승 7패)은 2위였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통산 12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로 불리는 야구·축구·농구·배구를 통틀어 챔프전 우승을 12번 한 팀은 올해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해태 시절 포함)가 한국시리즈에서 11회 우승해 우리은행에 이은 2위다. 위성우 감독은 2012~13시즌 우리은행에 부임한 이후 12시즌 동안 챔프전 우승만 8차례 이뤄내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챔프전 통산 24승(6패)으로 이 부문 최다기록이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 입단한 김단비는 두 시즌 연속 챔프전 MVP를 수상했다. 위성우 감독과 MVP 김단비를 4일 서울 성북구의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났다.

위 감독은 말 그대로 ‘우승 청부사’다. 그는 “2021~22시즌 챔프전에서 KB에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을 놓쳤는데 자존심을 회복해 기쁘다. 게다가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을 차지한 건 처음이라서 더욱 소중하다. 이게 ‘우리의 힘’”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김단비는 “두 시즌 연속 우승 반지를 끼니 며칠이 지난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싱글벙글했다.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 치는 우리은행 선수들. [뉴스1]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 치는 우리은행 선수들. [뉴스1]

위성우 감독과 김단비가 이번 우승을 ‘최고’로 꼽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우리은행이 챔피언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우승 주역 김정은(37)이 하나원큐로 팀을 옮겼다. 김정은의 대체자로 신한은행에서 영입한 유승희(30)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탓에 코트에 복귀하지 못했다. 박혜진도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겹쳐 30경기 중 17경기만 뛰었다. 우리은행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정규리그에서 일찌감치 2위로 밀려 KB에 우승을 내줬다. KB는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26·1m96㎝)가 지난 시즌엔 공황장애 증세로 9경기만 뛰는 바람에 전력 손실이 컸다. 하지만 올 시즌 박지수가 건강하게 돌아온 덕분에 정규리그에서 압도적 레이스를 펼쳤다.

그러나 위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호랑이’ 같은 감독으로 유명한 그는 올 시즌 여러 악재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여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는 대신 적극적으로 다독이면서 격려했다. 훈련 전후로도 코트를 떠나지 않고 직접 선수들과 소통하며 컨디션을 꼼꼼히 살폈다. 김단비는 “감독님은 칭찬에 정말 인색하신 분인데 올 시즌 경기마다 ‘잘했다’는 말을 하시더라. 챔프전 기간 꿈에 (박)지수가 나올 만큼 정신적·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감독님 표’ 칭찬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냈다. 물론 막판에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의 체력훈련 덕분”이라며 웃었다.

4대 프로스포츠 최다 우승 순위

4대 프로스포츠 최다 우승 순위

1m80㎝의 김단비는 챔프전에서 평균 38분38초(총 경기시간 40분)를 뛰었다. 자신보다 16㎝ 더 크고 여덟 살 어린 박지수를 전담 수비하는 동시에 우리은행의 공격도 이끌었다. 김단비는 4차전 24점(7리바운드 7어시스트 5블록슛 4스틸) 등 챔프전 평균 21.7점(6.5리바운드 6.5어시스트 2.5블록슛 2.3스틸)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후보 선수들도 펄펄 날았다. 위성우 감독은 “사실 단비에겐 다른 선수들보다 더 부담을 줬다.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선수여서 그랬다. 단비를 포함해 투혼을 발휘한 박혜진·최이샘·박지현·나윤정·이명관 등 모든 선수에게 고마울 뿐이다. 이번 우승은 우리가 ‘원팀’으로 뭉쳐 이뤄낸 준비된 기적”이라고 말했다.

‘기록의 사나이’ 위성우 감독

◦ 우리은행 데뷔 시즌(2012~13시즌) 통합 우승
◦ 우리은행 6시즌 연속 통합 우승(2012~18시즌)
◦ 우리은행 12시즌 동안 8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
◦ 챔피언결정전 통산 감독 최다승(24승6패)
◦ 여자프로농구 최초 300승(2024년 1월)
◦ 여자프로농구 최다승 306승(86패)

전성기 맞은 34세 김단비

◦ 우리은행 데뷔 시즌(2022~23시즌) 통합 우승
◦ 우리은행 입단 후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
◦ 우리은행 입단 후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MVP
◦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승 1위 등극(318승·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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