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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 살아있네…윤이나, 복귀전 선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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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개월 만에 필드에 복귀한 윤이나가 4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1라운드 첫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사진 KLPGA]

20개월 만에 필드에 복귀한 윤이나가 4일 제주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1라운드 첫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사진 KLPGA]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구(誤球) 플레이와 스코어카드 오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던 윤이나(21)가 눈물을 흘리며 필드로 돌아왔다. 2년 전 잘못된 판단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윤이나는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장(파72·668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1년 8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앞세워 스타로 떠올랐던 윤이나는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물의를 일으켰다. 러프에 빠진 공이 자신의 볼이 아닌 것을 알고도 그대로 플레이했고, 이후 스코어카드에도 잘못된 스코어를 적었다. 윤이나는 대한골프협회와 KLPGA로부터 3년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받고 근신하다가 처벌이 1년 6개월로 줄면서 이날 필드에 복귀했다.

◆윤이나 “모범적인 선수 되겠다”=윤이나의 복귀전이 열린 테디밸리 골프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렸다. 주말이 아닌 평일, 수도권도 아닌 제주도에서 열리는 1라운드였지만, 열기만큼은 여느 메이저 대회 못지않았다. 티오프 시간인 오후 12시 5분이 다가오자 1번 홀(파4) 주변은 더욱 붐볐다. 특히 윤이나의 팬들은 연습 그린부터 필드까지 동행하면서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윤이나. [사진 KLPGA]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윤이나. [사진 KLPGA]

1번 홀 티잉 그라운드로 들어선 윤이나는 갤러리를 향해 반성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드라이버로 241야드의 호쾌한 장타를 날리며 복귀를 알렸다. 투온 공략이 적중한 4번 홀(파5)에선 첫 번째 버디를 잡아낸 뒤 미소를 지었다. 경기 중간에는 2003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황유민(21), 후배 방신실(20)과 이야기를 나누며 필드를 걷는 장면도 보였다.

윤이나의 샷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타력은 그대로였고, 아이언샷의 정확도도 높았다. 다만 빠른 그린에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중요한 버디 퍼트를 몇 차례 놓쳤다. 그래도 벙커샷 실수가 나온 2번 홀(파4) 보기 이후 버디 3개를 낚아 2언더파 공동 19위로 복귀전을 마쳤다.

윤이나는 1라운드를 마친 뒤 “지난 잘못으로 상처를 받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시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다가왔다. 골프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앞으로 모범적인 선수로 거듭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타자 맞대결’ 승리한 황유민=KLPGA는 이날 윤이나와 방신실, 황유민을 같은 조로 묶었다. 셋 모두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들이다. 윤이나는 2022년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64.25야드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방신실과 황유민은 지난해 각각 260.06야드와 256.41야드로 1, 2위를 기록했다.

첫날 장타자 맞대결의 승자는 황유민이었다. 키 1m63㎝로 체구는 가장 작지만, 공격적인 드라이브샷으로 타수를 줄였다. 공식 드라이브샷 거리를 측정하는 8번 홀(파5)과 11번 홀(파4)에서도 각각 247.9야드, 270야드로 날려 방신실(242.6야드, 262.3야드)과 윤이나(232.6야드, 263.8야드)를 제쳤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기록한 황유민은 5언더파 공동 2위를 달렸다. 7언더파 단독선두 최가빈(21)과는 2타 차다.

지난해 장타왕 방신실은 1번 홀에서의 실수가 뼈아팠다. 티샷이 왼쪽으로 치우쳐 아웃 오브 바운즈(OB)가 됐다. 결국 이 홀에서 3타를 잃었고, 이후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3오버파 공동 94위로 첫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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