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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모친·차남 공동대표 체제로…상속세 납부가 관건

중앙일보

입력

임종윤(왼쪽 둘째)·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윤(왼쪽 둘째)·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모친과 차남의 지주사 공동대표 체제 출범으로 일단락됐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한 장·차남은 경영 관련 주요 의사 결정을 주도하게 됐다. 외견상 갈등은 봉합됐지만 가족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확보는 숙제로 남았다.

공동대표 체제 출범, 분쟁 일단락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종훈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대표를 맞고 있는 송영숙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다. 이날 이사회에는 임종윤·종훈 형제와 모친 송영숙 회장이 함께 참석했다. 지난달 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에 실패한 장녀 임주현 부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임시 주총 개최도 결정했다. 장남 임종윤 사장은 임시 주총을 통해 한미약품 대표를 맡을 전망이다.

형제는 지난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 직후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를 맡아 한미약품그룹을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경영 기획을 담당했던 차남 임종훈 대표는 지주사에서 투자와 그룹의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장남 임종윤 이사는 한미약품의 수장을 맡아 신약 개발 등 제약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총을 사흘 앞둔 지난달 25일, 선대회장의 부인이자 형제의 모친인 송영숙 회장이 형제를 사장직에서 해임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주총 결과에 따라 형제가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송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였지만, 양측의 공동 경영으로 마무리됐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한미약품 새판짜기 시작

이날 이사회에서는 한미약품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논의도 진행됐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진은 7명이며 이 중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는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미사이언스는 기존 이사 6명에 신규 이사 4명을 추가해 총 10명의 이사진을 꾸릴 예정이다.

신규 이사 후보로는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완주 전 한미정밀화학 대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장남 임종윤 이사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준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 한미약품 지분 7.72%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이사직 수락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건은 상속세 재원 마련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중앙포토

남은 과제는 창업주 일가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애초 송영숙 회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에 고심하다가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납부 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한다. 투자업계(IB)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이 한미사이언스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회사가 아닌 대주주 일가의 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지분 매각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송 회장과 형제 측이 OCI그룹에 전략적 투자자(SI)로서 협업을 제안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앞서 임종윤 이사는 한미사이언스 주총 직후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면 OCI와 협업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OCI그룹은 송영숙 회장의 지분과 한미사이언스가 발행할 신주를 추가 인수하기로 하고 관련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는 이사회 안건으로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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