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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논문' 취재하려 경찰 사칭…MBC 기자들 벌금형 확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건희 여사의 논문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 화면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MBC PD수첩 유튜브 캡쳐]

김건희 여사의 논문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 화면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MBC PD수첩 유튜브 캡쳐]

“파주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이사 가신 분 집 주소를 알 수 없을까요?”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논문 의혹 관련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했던 MBC 기자들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4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MBC 취재기자 A씨와 촬영기자 B씨에게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를 인정해 각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확정됐다.

2021년 7월, A씨와 B씨는 한 교수를 찾고 있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국민의힘 입당을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 유튜브 등을 통해 배우자인 김 여사가 다른 사람의 것을 표절한 논문으로 국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단 의혹이 터져나왔다.

2021년 7월 불거진 김건희 여사의 논문 관련 의혹은 당시 학계와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은 2021년 9월 국민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뉴스1

2021년 7월 불거진 김건희 여사의 논문 관련 의혹은 당시 학계와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은 2021년 9월 국민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뉴스1

A씨와 B씨는 김 여사의 논문을 지도한 C교수가 예전에 살았다는 경기도 파주시의 한 주택을 찾아갔다. 마당에 주차된 차를 보고 앞유리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C교수의 현주소를 알기 위해서였는데, 이 때 경찰관인 척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다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았고, 진짜 경찰에게서 걸려온 전화라고 믿지도 않았다고 한다.

사실은 금세 들통났고,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듬해인 2022년 9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박근정 판사는 공무원자격사칭죄로 각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취재라는 공익적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공정·상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경찰을 사칭해 신뢰를 해쳤다”면서도, “전화를 받은 사람이 답변을 거부하자 강요하거나 사칭행위를 반복하진 않았고 바로 통화를 중단했으며, 피해자(전화 받은 사람)도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주택 마당에서 서성이며 안을 살펴보려 했던 것에 대해서도 공동주거침입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땅바닥에 설치된 데크에 서서 통유리 너머 주택 내부를 살피고, 문을 두드리며 ‘실례합니다’ 외쳐도 반응이 없자 열어보려고도 했고 B씨는 이런 과정을 촬영했다. 박 판사는 “A씨와 B씨가 들어간 곳은 주택 건물의 외벽 바깥으로 담·울타리 등으로 외부인 출입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지 않다”며 주거침입은 아니라고 봤다.

지난해 9월 의정부지법에서 이루어진 항소심 판단도 이와 같았다. 검찰은 대법원 판단도 받아보겠다며 상고했으나,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주거침입죄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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