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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별 달고 미소지은 양효진과 뒤를 받친 강성형 감독

중앙일보

입력

현대건설 미들블로커 양효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 미들블로커 양효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별 두 개에서 멈춘 지 좀 됐는데… 세 개 달기까지 오래 걸렸네요."

여자배구 현대건설이 정상에 오를 땐 항상 그가 있었다. V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 양효진(34)은 환한 표정으로 기념 티셔츠의 세 번째 별을 가리켰다.

현대건설은 지난 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했다. 흥국생명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8년 만에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2차전에 이어 3차전도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마지막 세트의 승부처에서 양효진이 빛났다. 김연경의 공격을 가로막은 데 이어 오픈 공격을 터트려 2-0을 만들었다. 세트 중반엔 김연경의 공격을 유효 블로킹한 뒤 직접 공격 득점까지 올렸다. 10-5가 되는 순간 흥국생명 선수들의 다리는 풀렸고, 현대건설 선수들은 승리를 확신한 듯했다.

양효진은 2007~08시즌부터 줄곧 현대건설에서 뛰고 있다. 2010~11시즌엔 현대건설의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2015~16시즌 두 번째 우승 때는 챔프전 MVP까지 차지했다. 세 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 한 건 양효진과 황연주 뿐이다.

이번 챔프전에선 모마 바소코 레티시아(카메룬)가 MVP를 차지했지만, 양효진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목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점수(3경기 58득점)를 기록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2019~20시즌과 21~22시즌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코로나19로 챔피언결정전이 열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엔 팀 공격을 이끌던 주포 야스민 베다르트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고, 외인이 바뀌면서 막바지 부침을 겪었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도로공사에 패하고 말았다.

양효진은 "올 시즌 개막 전에는 우리를 우승 후보로 꼽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게 약이 됐다. 감독님도 처음이고, 어린 선수들도 많았는데 좋은 경험을 쌓았다. 덕분에 이번에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성형 감독과 하이파이브하는 양효진. 연합뉴스

강성형 감독과 하이파이브하는 양효진. 연합뉴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도 빛났다. 남자팀에서만 20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했던 강 감독은 여자배구 대표팀 수석코치를 거쳐 2021년 현대건설 지휘봉을 잡았다. 양효진은 "처음엔 감독님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선수들과 소통을 어려워하셨다"고 했다.

강 감독은 선수들과 연배가 비슷한 딸의 조언을 받아 여자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실수해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렸다. 모마는 "감독님이 열정이 넘치고, 인내심도 강하다"고 했다. 강 감독은 또 수비가 아쉬운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에게 "리시브 실수를 해도 도망쳐선 안 된다. 널 계속 코트에 세우겠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선수단 구성 능력도 돋보였다. 단신이지만 공격력이 좋은 모마를 외국인선수로 선발했다. 아시아쿼터에선 리시브와 공격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위파위 시통을 데려왔다. 고예림과 정지윤이 시즌 초반 부상당한 사이 뛸 수 있는 김주향을 황민경의 FA 보상 선수로 데려왔다. 세 선수 모두 우승에 기여했다.

강성형 감독을 헹가래치는 현대건설 선수들. 연합뉴스

강성형 감독을 헹가래치는 현대건설 선수들. 연합뉴스

이다현은 시상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강 감독에게 물을 뿌렸다. 사진 촬영 때문에 두 번이나 헹가래를 하고 선수들에게 손찌검(?)도 당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강 감독은 선수들의 장난을 받아주며 웃었다. '원 팀'이 된 현대건설에게 결국 우승 트로피가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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