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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700㎏ ‘고교생 토르’…“포환던지기 기록 다 깨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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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육상 포환던지기 유망주 박시훈은 듬직한 체격에 ‘장사’ 같은 힘을 뽐낸다. 재능만 가진 건 아니다. 피나는 훈련 탓에 그의 손은 물집으로 가득하다. 박시훈은 한국 투척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고봉준 기자

육상 포환던지기 유망주 박시훈은 듬직한 체격에 ‘장사’ 같은 힘을 뽐낸다. 재능만 가진 건 아니다. 피나는 훈련 탓에 그의 손은 물집으로 가득하다. 박시훈은 한국 투척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고봉준 기자

어릴 적부터 체구가 남달랐다. 키는 또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고, 타고난 힘은 성인 못지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운동부 선생님들이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야구와 농구·축구 등 각 종목 코치들이 입문을 권유했다. 어떤 종목이든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었지만, 소년은 의외의 종목을 선택했다. 그건 바로 육상의 필드 종목 ‘포환던지기’였다.

포환던지기의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는 박시훈(17·금오고 2)을 최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만났다. 박시훈은 초등부와 중등부·고등부 포환던지기 한국신기록을 차례로 깨면서 한국 육상의 미래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국제 경쟁력도 입증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도 체격(신장 1m90㎝·체중 120㎏)이 당당하다. 박시훈은 “겨울방학 때 독일 뮌헨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포환던지기 강국인 독일 선수들을 보면서 기술적으로 많이 배웠다”면서 “이달 아랍에미리트와 페루에서 잇달아 대회가 열린다.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육상 포환던지기 유망주 박시훈은 듬직한 체격에 ‘장사’ 같은 힘을 뽐낸다. 재능만 가진 건 아니다. 피나는 훈련 탓에 그의 손은 물집으로 가득하다. 박시훈은 한국 투척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고봉준 기자

육상 포환던지기 유망주 박시훈은 듬직한 체격에 ‘장사’ 같은 힘을 뽐낸다. 재능만 가진 건 아니다. 피나는 훈련 탓에 그의 손은 물집으로 가득하다. 박시훈은 한국 투척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고봉준 기자

박시훈은 구미 인덕초등학교 4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처음 포환을 잡았다. 야구와 농구 같은 구기 종목도 좋아했지만,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기록을 깰 수 있는 포환던지기에 매력을 느꼈다. 체격이 좋은 데다 순발력도 뛰어나 연습만 몇 번하고 나간 지역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박시훈이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건 11세이던 2018년이다. 당시 경북 학생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종전 최고기록보다 1.02m나 멀리 나간 12.92m를 던져 화제가 됐다. 이듬해부터 신기록 행진이 시작됐다. 2019년 19.17m를 던져 17.24m의 초등부 한국신기록을 뛰어넘었다. 중학생이 된 2022년 6월에는 21.56m를 던져 23년 묵은 중등부 한국신기록을 깨트렸다. 한 달 뒤 문체부장관기에선 22.53m를 던져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에선 19.28m를 기록해 고등부 한국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포환던지기는 연령별로 포환의 무게가 달라 초등부는 3㎏, 중등부는 4㎏, 고등부는 6㎏ 무게의 포환을 던진다.

‘고교생 토르’ 박시훈의 신기록은 타고난 파워와 끊임없는 노력에서 나왔다. 박시훈은 벤치프레스로 200㎏을 들고, 스쿼트는 270~280㎏까지 가능하다. 200㎏ 안팎의 데드리프트까지 더하면 ‘3대 운동’ 중량의 합은 700㎏ 가까이 된다. 학교 수업시간을 제외한 아침과 저녁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포환던지기는 허리와 어깨·팔·다리 등 온몸의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 종목이다. 훈련량이 결과로 직결된다.

학교 수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는 공부도 잘하고, 교우 관계도 좋아 전교회장까지 지냈다. 지금도 내신 평균은 상위권이다. 어릴 적부터 경제 과목이 좋아 책 읽기를 취미로 삼은 덕분이다. 요새는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나이키의 계약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박시훈은 “성적이 아까워서 부모님께서도 고민을 많이 하셨지만, 나는 포환던지기가 더 좋았다. 물론 지금도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CJ그룹이 지난해 7월부터 박시훈을 후원하고 있다. 그동안 골프와 수영·테니스 등의 유망주를 발굴했던 CJ그룹은 최근엔 기초 종목으로 시야를 넓혔다. CJ그룹 김유상 상무는 “CJ그룹의 ‘꿈지기 철학’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선수를 찾던 중 포환던지기라는 불모지 종목에서 꿈을 키우는 선수를 알게 됐다. 박시훈은 조금만 지원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라고 말했다.

한국 육상계는 박시훈이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8년 LA올림픽에서 한국 포환던지기 사상 최초로 메달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상혁이 도약 종목에서 선구자로 나선 것처럼, 박시훈도 투척 종목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는 평가다. 박시훈은 “아직 갈 길이 멀다. 7.26㎏의 포환을 쓰는 성인부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지금보다 더 힘을 길러야 한다”면서 “일단 올해 목표인 20m를 돌파한 뒤 성인부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시훈(2007년 2월 20일)

별명 : 고교생 토르
신장·체중 : 1m90㎝·120㎏
출신교 : 구미인덕초-구미인덕중-금오고
후원사 : CJ그룹
주요 한국신기록 : 초등부(3㎏·19.17m), 중등부(4㎏·22.53m), 고등부(6㎏·19.28m)
입상 경력 : 2023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금메달(20.1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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