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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우린 이미 2위” 발표에도, 시장은 냉랭...지난해 9.4조원 손실

중앙일보

입력

인텔이 2일(현지시간) 회계 방식 변경 온라인 세미나(웨비나)를 열고 새로운 회계 방식을 적용한 지난 3개년의 실적을 공개했다. 인텔 웨비나 캡처

인텔이 2일(현지시간) 회계 방식 변경 온라인 세미나(웨비나)를 열고 새로운 회계 방식을 적용한 지난 3개년의 실적을 공개했다. 인텔 웨비나 캡처

인텔이 회계 방식을 바꿔 적용한 과거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실적을 공개했다. 내부 제조 물량도 파운드리 고객 매출로 잡아 합산해보니, 지난 3년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445억달러, 추정치)보다 인텔의 매출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인텔이 지난해에만 수십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지면서다.

2일(현지시간) 인텔은 새로운 회계 방식을 설명하는 온라인 세미나(웨비나)를 열어 조정된 2021~2023년 연 매출을 공개했다.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 등 내부에서 설계한 제품의 제조도 파운드리 매출에 포함한 값이다. 이에 따라 인텔 파운드리 매출은 2021년 228억 달러, 2022년 275억 달러, 2023년 189억 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가 추정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같은 시기에 188억달러, 208억달러, 129억달러로 3년 총 합계는 인텔보다 247억달러 적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과거 3년치 매출, 왜 다시 발표?

인텔이 2일(현지시간) 회계 방식 변경 온라인 세미나(웨비나)에서 인텔의 사업부를 프로덕트와 파운드리로 나누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텔 웨비나 캡처

인텔이 2일(현지시간) 회계 방식 변경 온라인 세미나(웨비나)에서 인텔의 사업부를 프로덕트와 파운드리로 나누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텔 웨비나 캡처

인텔의 새 회계 방식의 핵심은 인텔의 사업부를 설계·개발을 담당하는 ‘프로덕트’ 부문과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부문으로 나누는 것이다.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맡는 종합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사업부를 둘로 분리해 운영 효율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제조부문을 설계·개발 하위 부서로 둔 탓에 시간·비용 절감 노력을 다른 파운드리 기업들만큼 열심히 하지 않아, 비효율이 컸다고 봤다. 데이브 진스너 인텔 CFO는 “비용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궁극적으로 1나노급 첨단 공정 기술과 파운드리 리더십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내부 물량을 파운드리 수주로 집계해 전체적인 관리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웨비나에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며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기에 우리는 중요한 것을 측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회계기준이 적용될 오는 25일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과거 3년 치의 매출을 공개한 인텔에 대해 다른 해석도 나온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표면상으로라도 삼성전자의 매출을 넘어 ‘업계 2위’ 타이틀을 차지하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겔싱어 CEO는 “우리는 세계 유일의 서구 (반도체 제조) 기업이자 지속 가능한 첨단 시스템 파운드리가 되겠다”라며 “오늘 설명한 회계 모델로 상당한 재정적 상승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냉랭...“올해 손실 더 크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날 자료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영업손실 70억 달러(약 9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적자 폭이 34% 늘었다. 그런데도 겔싱어는 “2024년은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대규모 적자를 예고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51억달러, 52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같은 기간 이익을 내다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인텔 측은 “당분간 파운드리 부문은 적자를 이어가겠지만 2027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의 발표 후 주가는 장외거래 4.2% 급락했다. 정규장에서는 1.3% 하락한 43.94달러로 마감하며 올해 들어 13% 하락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위치한인텔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인텔은 미 정부로부터 26조원의 보조금을 받고 반도체 제조 능력을 키우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위치한인텔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인텔은 미 정부로부터 26조원의 보조금을 받고 반도체 제조 능력을 키우고 있다. AP=연합뉴스

EUV 선점, 기회 될까

인텔은 구형 장비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로 전환해 이익률을 올리고 2030년 외부 고객 물량 기준으로 파운드리 글로벌 2위가 되겠다고 밝혔다. 겔싱어 CEO는 이날 “회사는 과거 ASML의 EUV 장비 사용을 반대하는 등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이러한 실수로 인텔은 전체 웨이퍼의 약 30%를 TSMC와 같은 업체에 아웃소싱했는데 이를 20%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텔은 ASML의 최신 장비인 하이NA EUV를 지난해말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확보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우위인 패키징 기술로 외부 수주를 늘려가겠다고도 강조했다.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확보한 반도체 보조금 195억 달러(약 26조원)를 기반으로 투자도 늘려갈 방침이다. 겔싱어 CEO는 “현재 제조 물량의 70%는 내부 제품인데, 차세대 디자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외부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며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며 신뢰받는 파운드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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