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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北 "모든 미사일 핵무기화 완성" 軍 "과장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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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 “모든 미사일들의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군 당국이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고체연료로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처음 쏘는 등 기술적으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급격한 궤도 변경 같은 고난이도 성능은 달성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위력적 전략무기 탄생”…극초음속 미사일 성과 자축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전날(2일) 현지 지도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 “우리 국방과학 기술력의 절대적 우세를 과시하는 또 하나의 위력적인 전략공격무기가 태어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로써 우리는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고 선언했다.

전술·작전급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KN-23·24·25, 전략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 등에 이어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에도 기존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투입해 핵탄두 카트리지인 화산-31형을 탑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화성포-16나형의 사거리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3000~5500㎞)급이라면 이론적으로 괌은 물론 알래스카도 겨냥할 수 있다. 김정은 주장대로 전략급 미사일에 해당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여기에 고체연료까지 적용되면 연료를 실은 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 지하 시설에 숨겨놨다가 유사시 꺼내 즉각 발사할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원통형 발사관을 보면 콜드런치 발사 방식도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에 보관되는 고체연료 미사일에 콜드런치(발사하며 가스 등으로 미사일 본체를 밀어내고 특정 고도에서 공중 점화) 방식이 적용되면 캐니스터에서 곧장 발사하는 게 간단해진다. 발사 순간 캐니스터와 이동식 발사대(TEL)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어 발사 장소의 선택 폭도 넓어진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1차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핵무력이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단거리에서 중장거리까지 각이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종의 고체연료 방식 미사일을 완성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완벽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갖췄다는 선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평양시 교외의 군부대 훈련장에서 발사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평양시 교외의 군부대 훈련장에서 발사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뉴스1

2021년 9월 첫 발사 후 꾸준한 보완

북한은 2021년 9월 첫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네 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고, 지난달 고체연료 지상 연소시험 등 연료, 추력, 사거리 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탄두부 역시 향상됐는데,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가오리 모양에 가까운 활공체형이다. 2~4차의 원뿔형과는 다르다. 활공체형은 종말 단계에서 원뿔형보다 변화무쌍한 기동이 가능해 요격이 더 까다롭다. 1차 시도 때 실패한 활공체형을 꾸준히 보완해온 결과로 보인다.

軍 “비행 방향 변경 같은 특성 없어”…북한 발표에 적극 반박

반면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별도의 입장을 내고 북한의 발표가 과장됐다“고 밝혔다. 초보 단계의 기술 수준 달성을 완성형처럼 표현해 위협 능력을 과장하고 있다는 취지다.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지도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지도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 뉴스1

통상 극초음속 미사일의 ‘극초음속’은 활공체가 추진체에서 분리된 뒤 마하5(6120㎞) 이상의 속도로 활강하는 방식을 뜻한다. 특히 활강 단계에서 이 같은 속도로 물수제비 튕기듯 통통 여러 차례 풀업 기동을 하거나 좌우로 방향도 틀 수 있어 방어하는 입장에선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은 이날 “사거리를 1000㎞ 한도 내로 국한시키고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지연과 능동 구간에서의 급격한 궤도 변경 비행 방식으로 속도와 고도를 강제 제한하면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의 활공 도약형 비행궤도 특성과 측면기동 능력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는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1차 정점고도 101.1㎞, 2차 정점고도 72.3㎞를 찍으며 비행해 사거리 1000㎞ 계선의 조선동해상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했다.

2차 팝업 기동으로 두 번째 정점고도를 찍고, 활강 때는 방향까지 바꾸는 등 극초음속 미사일의 대부분 특성을 검증했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전날 미사일 발사 직후 군은 비행거리를 600km로 밝혔는데, 이 때문에 군 당국이 활강이 이뤄진 400km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 장면 영상을 3일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 미사일 '화성포-16나' 형의 첫 시험발사 장면 영상을 3일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하지만 군 당국은 “2단 엔진 점화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비행 방향을 변경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과장됐다”며 “한·미·일의 비행거리 분석 결과는 600㎞”라고 반박했다. 한·미·일의 분석이란 점을 공개한 건 지난해 12월 맺은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통해 탐지·확증한 결과란 걸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지구 곡률이 허용하는 수km 상공까지 그대로 다 봤고, 2차적인 팝업 기동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군은 단 분리와 추진체 추력 진전 등은 사실로 보이지만, 아직 선진국들도 개발 중인 고난도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북한이 개발하는 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전 미사일의 고체연료화 주장에 대해서도 “단거리 고체 탄도미사일은 개발완료 단계에 있으나 고체 극초음속 미사일과 ICBM급은 탄두부 열방호·재진입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직접 성급하게 한·미를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고 주장한 건 총선을 1주일 앞두고 한반도 정세에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궁여지책일 수 있다.

다만 북한의 기술 개발 속도를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신종우 국장은 “극초음속 미사일 첫 발사 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고체연료가 적용된 활공체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제 발사한 점은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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