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푸바오,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새벽 4시부터 모인 팬들 눈물바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너는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판다야. 할부지에게 와줘서 고맙고 감사하구나.”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는 끝내 울음을 보였다. 3일 ‘K아기판다 1호’ 푸바오가 새로운 판생을 위해 용인 에버랜드를 떠나는 배웅 현장에서다.

푸바오 배웅 현장

푸바오 배웅 현장

이날 용인에는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봄비 따위 아랑곳없이 새벽 4시경부터 6000여명의 팬들이 모였다.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푸덕이’들은 “하늘도 푸바오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것 같다”면서 함께 울며 푸바오를 배웅했다.

오전 10시 40분 구슬픈 음악이 깔리며 푸바오를 태운 무진동트럭이 판다월드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강철원 사육사와 송영관 사육사, 오승희 사육사, 이세현 사육사까지 판다월드 사육사 전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앞장서 발길을 옮겼고, 푸바오 대형 사진으로 차량 전체를 랩핑한 트럭이 뒤를 따랐다.

푸바오 배웅 현장

푸바오 배웅 현장

SNS로 사전 모집한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유채꽃 모양의 꽃길을 10분여 밟으며 퍼레이드를 마친 사육사들과 푸바오는 장미원 분수대 앞에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송영관 사육사가 먼저 "팬들의 사랑 덕분에 푸바오가 잘 성장했다. 푸바오와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1,354일간 함께해 주셔서 고맙다"고 소회를 전했다.

푸바오 배웅 현장

푸바오 배웅 현장

2일 모친상을 당했지만 푸바오의 여정에 예정대로 동행하기로 한 강철원 사육사는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해서 푸바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면서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로 시작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네가 새로운 터전에 도착할 때까지 할부지가 곁에 있어줄께. 넌 어느곳에서나 잘 해낼거라고 믿는다”라는 대목에서 많은 팬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빗속에서 푸바오와 강바오는 둘다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영영 이별을 한 셈이 됐다.

푸바오 배웅 현장

푸바오 배웅 현장

에버랜드는 온통 눈물바다였다. 마지막 인사 후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가 탄 트럭에 탑승하자, 동행하지 못하는 송영관 사육사도 트럭을 어루만지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영상 촬영을 위해 푸바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응한 팬들도 한결같이 “힘든 시기에 우리에게 와주고 위안이 되줘서 고맙다”“중국에 가서 적응 잘하고 있으면 꼭 만나러 가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11시경 푸바오와 ‘강바오’를 태운 트럭이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떠나자 120만 송이 봄꽃이 가득 핀 포시즌스 가든의 가로 24미터, 세로 11미터 대형 LED 스크린에서 푸바오의 탄생부터 백일맞이, 첫나들이, 처음 나무에 올라간 날, 돌잡이 등등 추억이 가득 담긴 ‘푸바오 특별 영상’이 상영됐다.

푸바오 배웅

푸바오 배웅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7월 20일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푸바오(福寶)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의미처럼 1,354일간 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즐거움, 추억, 감동을 전했다. 특히 '전지적 할부지 시점''판다와쏭' 등 사육사들이 직접 촬영해 제작한 영상 콘텐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국민 힐링템'으로 등극했다. 엄마 아이바오와 '강바오''송바오' 할부지들과의 알콩달콩한 장면들은 가족관계 조차 매말라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줬다.

푸바오 배웅

푸바오 배웅

푸바오가 대중에 공개된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 3일 마지막 날까지 1155일간 판다월드 방문객 수는 550만명으로, 국민 10명중 1명은 푸바오를 만나본 셈이다. 푸바오에게 신드롬 급 팬덤이 생긴 지난 한 해 판다월드 입장객은 215만명으로, 푸바오 등장 이전인 2020년 107만명 대비 2배로 늘었다. 푸바오 관련 굿즈도 불티나게 팔렸다. 400여종의 굿즈가 330여 만개 팔렸고, 가장 큰 인기를 끈 '푸바오 사원증 인형'과 '특대형 푸바오 인형'은 입고 즉시 완판되며 1인 1개로 판매 수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푸바오 배웅

푸바오 배웅

'판다들의 고향' 중국 쓰촨성의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판생2막'을 시작할 푸바오는 지난달 4일부터 한 달간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관에 의해 한중 양국 규정과 조건에 따라 검역절차를 완료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은 푸바오는 사천항공 전세기 3U9680편을 타고 오후 4시 30분 중국 청두를 향해 출발한다.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의 정착을 돕고 이번 주말 귀국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