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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은 EBS ‘공감’…황정원 PD “신중현·조용필 모시고파”

중앙일보

입력

EBS의 장수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는 황정원PD. 사진 EBS

EBS의 장수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는 황정원PD. 사진 EBS

2004년 4월 1일 시작한 EBS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이 20주년을 맞았다. ‘공감’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출연해 약 150석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31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에 47만2000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그간의 라인업은 쟁쟁하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2006년 방송 활동 은퇴를 선언하고 고별 무대를 ‘공감’에서 가졌다. 2015년 출연한 가수 김준수는 6년만의 음악 방송에 감격하며 눈물을 보였다. 미국 유명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는 히트곡인 'I'm Yours'(아임 유어스)를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빅뱅 출신 가수 태양은 “좋아하는 ‘공감’에 꼭 출연하고 싶었다”며 지난해 밴드 편곡의 단독 무대를 꾸몄다.

빌보드 히트곡 '아임 유어스'를 '공감'에서 최초 공개한 제이슨 므라즈.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빌보드 히트곡 '아임 유어스'를 '공감'에서 최초 공개한 제이슨 므라즈.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공감’이 발굴한 밴드도 있다.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 좋아서 하는 밴드, 데이브레이크, 로맨틱 펀치, 몽니, 실리카겔 등은 ‘공감’의 신인프로젝트 ‘헬로루키’ 출신들이다. 이처럼 ‘공감’은 가수에겐 특별한 무대로, 인디 가수들에겐 꿈의 무대로 한국 가요사에 중요한 축이 돼왔다.

그런 스무 살의 ‘공감’인데 어쩐지 조용하다. 라이브 공연은 예정된 것이 없고, 방송은 아카이브를 활용한 편집본(‘곳간’, ‘틈’ 시리즈)으로 채우고 있다. 자금난 때문에 주 5회였던 라이브 공연 횟수가 지난해 주 1회로 줄고, ‘헬로루키’도 중단하는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6년만의 음악방송에 출연해 눈물을 보인 김준수.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6년만의 음악방송에 출연해 눈물을 보인 김준수.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이 상황이 가장 아쉬운 건 연출자 황정원PD. 지난 달 27일 일산 EBS 사옥에서 만난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일념으로 뒤늦은 스무 살 파티를 준비 중이었다. 좋은 음악을 발굴한다는 ‘공감’의 취지에 맞게 ‘2000년대 명반 100’을 선정하고 이중 20팀(명)의 다큐멘터리를 6월 방영하기로 했다.

황PD는 “‘공감’은 한 번도 쉽게 간 적이 없었다. 음악 프로그램 특성인 저조한 시청률, 무료 공연의 한계에 부딪혀가며 어렵게 버텨왔다. 숱한 폐지 위기를 거쳐 무사히 스무 살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공감’

공감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EBS의 다른 프로그램은 방송이 우선이지만 ‘공감’은 공연 위주다. 연출자로서 욕심을 내기보다 주인공인 뮤지션에 초점을 맞춰, 그가 하고 싶은 음악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또 무료 라이브 공연의 가치를 지켜가는 프로그램이다. 제작비가 아쉽긴 하지만 좋은 음악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고집이 있다.”

가수 빅나티는 코로나 이후 처음 관객을 받은 2022년 5월의 '공감' 무대에 올랐다.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가수 빅나티는 코로나 이후 처음 관객을 받은 2022년 5월의 '공감' 무대에 올랐다.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20주년 연출에 부담감은 없나.
“2021년 ‘공감’ 연출을 맡게 되면서부터 20주년을 꿈꿔왔다. 2014년엔 ‘공감’의 공연이 축소된다는 소식에 뮤지션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릴레이 공연을 했던 것을 지켜봤고, 나도 관객으로서 ‘공감’을 좋아했기에 모두의 스무 살을 지키고 싶었다. 부담이기보다 감격스럽다.”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코로나 때 무관객 공연을 하다가 처음 관객을 받은 것이 빅나티 편이었다. 관객들이 와서 앉아있는 것 자체로 기뻐, 응원봉을 직접 사서 나눠줬다. 암전된 공연장에 응원봉이 별빛처럼 반짝였던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태양 편도 기억난다. 돔 투어를 다닌 태양이 소극장인 ‘공감’을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많은 팬을 모시기 위해 시야 제한석과 보조석까지 다 오픈해 최대 180석으로 공연을 열었던 기억이 난다.”

자진 출연 요청으로 '공감'에 나온 가수 태양.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자진 출연 요청으로 '공감'에 나온 가수 태양.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모시고 싶은 출연자가 있는지.
“해외 뮤지션들을 초청하고 싶다. 관객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감’의 장점을 경험해 보셨으면 한다. 가요계 전설인 신중현, 조용필은 언제나 1순위다. 2006년 신중현의 ‘공감’ 출연 땐 관객으로 갔는데 정말 멋있었다. 그 아우라를 다시 보고 싶다.”

원더걸스부터 뉴진스까지 ‘명반 100’

‘공감’은 20주년을 맞아 프로젝트 ‘명반 100’을 진행한다. ‘명반 100’은 2004년부터 2023년까지 발매된 모든 앨범(EP 포함) 가운데, 음악성 만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박준우 대중음악평론가, 박정용 벨로주 대표를 비롯한 11명의 선정위원이 참여해 최대 4차 심사까지 거쳤다.
K팝에서도 원더걸스 ‘리부트’, 에프엑스 ‘핑크 테이프’, 샤이니 ‘더 미스콘셉션 오브 어스’, 악뮤 '플레이',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셀프 결-앤서’, 뉴진스 ‘뉴진스’ 등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2006년 방송 활동 은퇴 무대를 '공감'에서 가졌다.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은 2006년 방송 활동 은퇴 무대를 '공감'에서 가졌다. 사진 EBS '스페이스 공감'

왜 ‘명반 100’ 프로젝트를 했나.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마침 1980~90년대 명반들은 알려진 것들이 많은데 2000년대에서 꼽은 명반은 없더라. ‘공감’ 20주년에 맞춰 20년 동안 멋진 음악을 선물해준 음악가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편지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선정 과정을 소개해달라.
“앨범 단위로 뽑아야 하기 때문에 앨범 전체를 다 듣고 각자 점수를 매겼다. 타이틀만 유명해서는 안 되고, 앨범 전체 수록곡의 기승전결이 갖춰져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자 했다. 11명의 선정위원과 함께 2차 심사에서 600장을 추렸고 3차부터는 ‘공감’ 제작진도 참여했다. 순위는 정하지 않았다. 음악은 경쟁이 아니란 의미다.”

이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나.
“파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계기로 2000년대에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아 달라는 것이다. 모 뮤지션이 말하길 ‘내 노래가 누구에게 닿을까’라는 고민을 하며 노래한다고 했는데, 그런 분들에게 답을 드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6월부터 명반의 탄생 배경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공개한다.”

황정원PD는 "'공감'을 연출하면서 듣는 음악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사진 EBS

황정원PD는 "'공감'을 연출하면서 듣는 음악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사진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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