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공언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며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해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가진 유세에서 "난 우리가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휘발유가 많기 때문에 휘발유를 많이 쓰기를 바란다"며 "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명령 폐기에 서명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는 전기차에 엄청난 보조금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리는 이것을 임기 첫날 끝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유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유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오는 11월 대선의 주요 승부처이자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의 표심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연기관 차량 공장의 근로자들은 바이든 정부의 지원으로 전기차 산업이 확대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은 자동차 노동자들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며 표심을 자극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부터 IRA를 시행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 공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전기차 보조금 폐기' 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미 전기차 업계는 물론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다만, IRA 폐기를 위해선 미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당장 폐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선 중국 전기차 기업이 멕시코 공장에서 전기차를 제조한 후 미국에 수출할 경우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유세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유세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중국산 자동차에 관세 27.5%를 부과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자동차의 양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 자동차 업계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 등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멕시코에 공장을 지어 대미 수출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때문에 공화당 일각에선 중국 기업이 멕시코 등 중국 밖에서 제조한 자동차도 중국산으로 보고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재임 기간 "중국·일본·한국·필리핀 등과 끔찍한 무역협정을 재협상해 훌륭한 합의를 해냈다"라고도 말했다. 재임 당시 한미 FTA 개정 등을 성과로 내세운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주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유약한 국경 정책이 초래한 불법 이민자들이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이는 바이든의 국경 대학살(border bloodbath)"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전 세계에서 제일 나쁜 죄수와 살인범, 마약범, 정신병자와 테러리스트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며 "남미뿐 아니라 콩고·예멘·소말리아·시리아·중국 등 전 세계에서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이 ‘Fire Biden(대통령 바이든을 해고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이 ‘Fire Biden(대통령 바이든을 해고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이민자에게 살해된 여성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민주당은 '제발 그들(불법 이민자)을 짐승이라고 부르지 말라. 그들은 인간이다'라고 했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짐승들이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유세를 한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는 경합주로 꼽힌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제쳤지만, 2020년 대선에선 두 주 모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