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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마인드"라며 껴안고 입맞춤…저축은행 여직원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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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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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저축은행 임원은 자신이 미국에서 살다 와 ‘아메리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며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정수리에 입맞춤을 하고, 한명씩 포옹하기도 했다. 회식 자리가 아니더라도 수시로 여직원 팔짱을 끼고 손을 잡는 등 반복적으로 신체 접촉을 했다.

#2 B저축은행은 기업여신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 직원들에게 생일축하금 10만원, 자기계발비 월 20만원 등 복지를 제공하지만, 정규직보다 하루 1시간 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겐 복지 혜택을 주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저축은행·카드사·신용정보회사 등 금융기관 35곳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차별 및 육아지원 등 위반 감독을 실시한 결과, 34곳에서 법 위반 사항 185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기간제·단시간·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동종·유사업종에 종사하는 비교 대상 근로자보다 임금·상여금·근로조건·복리후생 등에서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 사항이다. 하지만 고용부 감독 결과 적지 않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고 있었다.

한 저축은행은 기간제 근로자를 학자금·의료비·사내대출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고, 또 다른 저축은행은 직접 고용한 비서에게 주는 연 50만원 복지카드와 25만원 명절 선물비 등 혜택을 파견 비서에겐 주지 않았다. 정규직과 기간제 간에 점심값을 차등 지급하거나, 정규직에게만 건강검진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저임금법 위반 등 줘야 할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례들도 25곳에서 나타났다. 한 사업장은 수습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90% 수준 임금을 지급했고,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줬다. 연장·휴일·야간 근무에 따른 가산수당을 받지 못하거나, 연차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성희롱뿐만 아니라 임신한 근로자에게 시간 외 근로를 시키거나 남성 근로자에게 배우자 출산휴가를 적게 부여하는 등 육아지원제도 위반 사례도 14곳이 적발됐다. 모두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항이다.

고용부는 적발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 지시하고, 특히 성희롱이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선 가해자 징계 등 필요 조치와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을 시작으로 육아지원 위반 근절,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등을 위한 기획감독을 지속 실시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현재 우리 노동시장은 저출생·고령화에 직면해 있고, 산업·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급변으로 고용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고용형태의 근로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고 눈치 보지 않고 육아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정한 노동시장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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