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바나나가 밀려온다/가격 워낙 싸 물량조정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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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덤핑땐 사과·배 농가도 타격
필리핀과 에콰도르의 과일전문 다국적기업(메이저)들이 내년 1월1일부터 개방될 우리나라의 바나나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바나나 수출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들 두 나라 메이저들의 한국시장 쟁탈전이 격화될 경우 싼값의 바나나가 대량으로 밀려들어와 재배농가의 피해는 물론 사과·배 등 전체 과일시장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
메이저들은 지난 62년 일본시장 개방때도 치열한 싸움을 벌인 바 있는데 일본시장을 석권한 필리핀측은 아시아 전체시장의 장악을 위해,반대로 에콰도르측은 열세만회를 위해 한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메이저들은 현재 한국의 종합상사·수입상사를 골라 공급계약을 맺고 수송선 및 보관창고 확보에 나서는 등 시장쟁탈전을 위한 전초전에 돌입했다.
예컨대 필리핀측의 델몬드사는 L그룹계열 G사와 10년간 장기공급계약을 맺었으며 치키타사는 H수입상사,스미토모사는 Y상사와 각각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콰도르의 노바나사는 S상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심지어 국내 굴지의 D종합상사는 바나나수입을 위해 에콰도르에 합작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수산부는 메이저들의 공급계약 물량이 내년에 전부 들어올 경우 바나나 수입량은 20만∼30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나나는 지금까지 대만과의 구상무역을 통해 연간 2만t(90년 계약분) 가량 수입되고 있는데 이처럼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밀려올 경우 국내 바나나 재배농가는 물론 사과·배까지 연쇄적으로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농림수산부는 재무부등과 협의,바나나 수입량이 5만t을 넘을 경우 이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최고 90%까지 관세를 물리도록 했으나 바나나 국제가격이 워낙 싸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주도산 바나나가격(소매기준)은 ㎏당 3천5백∼4천원이나 외국산은 수입가격이 5백∼5백50원에 관세 90%,방위세 2.5%,부가가치세 10%를 모두 부과한다해도 국내산이 도무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메이저들이 시장장악을 위해 덤핑,물량공세로 나오면 피해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한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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