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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국제유가 “100달러 갈수도”…韓 물가 안정 복병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주유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주유소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잠잠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유가 상승에 물가도 따라 오르고 이에 금리 인하도 늦어지는, 이른바 신(新) 3고(고유가·고물가·고금리) 현상이 한국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65%(0.54달러) 오른 배럴당 83.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27일(배럴당 85.54달러)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0.48%(0.42달러) 오른 배럴당 87.42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90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국제유가가 오르는 표면적인 이유는 불안한 중동 정세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날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 건물이 이스라엘군 폭격을 받아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란도 보복을 공언하고 있어 중동 내 확전 우려가 커졌다.

산유국들이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국제유가를 자극하는 요소다. ‘주요산유국협의체(OPEC)플러스(+)’는 오는 6월까지 자발적 감산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고,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이달 초 하루 47만1000배럴의 추가 감산을 예고한 상황이다.

공급은 제한되지만, 글로벌 원유 수요는 되려 살아나는 분위기다. 지난달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기준선인 50을 17개월 만에 넘었다. 또 지난달 중국 제조업 PMI도 51.1을 기록해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다음 달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미국 드라이빙 시즌에는 원유 수요가 통상 더 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를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해 유가를 잡기 위해 배출량을 늘렸던 전략비축유(SPR)를 다시 충당해야 하는 상황도 유가를 자극하는 요소다.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에서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쌓이면서,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JP모건은 “OPEC+가 6월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할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브렌트유는 9월에는 1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상 여건 악화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물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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