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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단계 줄이고 계약재배 3배 늘려 금(金)사과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전년동월보다 3.1% 올랐다. 물가 오름세를 이끈 품목은 과일류다. 단일 품목으로는 사과가 지난해 동월 대비 88.2% 상승했고, 배도 87.8% 올라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전통시장에 진열된 사과. 연합뉴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전년동월보다 3.1% 올랐다. 물가 오름세를 이끈 품목은 과일류다. 단일 품목으로는 사과가 지난해 동월 대비 88.2% 상승했고, 배도 87.8% 올라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전통시장에 진열된 사과. 연합뉴스

정부가 치솟는 사과 물가를 잡기 위해 계약재배물량을 3배로 늘리고, 강원 재배지도 2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산지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유도해 유통비용도 줄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사과·배 재배면적의 30%에 냉해·태풍·폭염 등 3대 재해 예방시설을 설치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세살수장치·방상펜 등 냉해 예방시설 설치 비율은 1.1%, 방풍망 등 태풍 예방시설은 12.2%, 관수관비 등 폭염 예방시설은 15.7%에 그친다. 정부는 특히 피해면적이 넓고 빈도가 잦았던 청송·안동 등 20개 위험지역에 우선 보급할 계획이다.

원활한 수급 관리를 위해 정부가 출하 시기를 사전에 지정할 수 있는 계약재배물량도 늘린다. 현재 계약재배는 명절 성수품 공급에 주로 활용돼 평시 수급 관리에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사과 계약재배물량은 2030년까지 5만t에서 15만t으로 3배, 배는 4만t에서 6만t으로 1.5배 확대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재배 적지가 북상하면서 2030년까지 정선·양구·홍천·영월·평창 등 강원 5대 사과 산지 재배면적을 현재(931ha)보다 2배 많은 2000ha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전체 사과 재배면적으로 3만3000ha 이상으로 유지하고, 생산량도 연 50만t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과일 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인 유통구조도 손본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해 유통 경로를 1~2단계 줄여 유통비용을 10%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과의 경우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15%까지 확대하고, 대신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현재 60.5%에서 30%까지 줄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중소형 마트나 전통시장이 산지와 직거래할 수 있는 조직화된 단체 구성도 지원한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존의 빨간 사과뿐만 아니라 노란 사과(골든볼), 초록 배(그린시스) 등 다양한 신품종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현장 기술지도를 강화하고 홍보·마케팅을 집중 지원한다. 1인 가구 확대 등 소비 추세를 반영해 작은 사과 재배도 전체 면적의 5%로 확대하기로 했다. 작은 사과를 재배하면 생산성이 현재보다 30% 증가한다.

다만 근본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선 ‘사과 수입’ 방안 역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병해충 우려로 엄격한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독일·일본 등 11개국에서 한국에 사과 수입을 요청한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사과 가격의 변동성도 계속 커질 텐데, 기존 대책만으로 억제하긴 어렵다”며 “농민 단체 등의 반발이 있겠지만 사과 수입시장 개방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향후 사과가 수입된다는 전제로 이번 과수 대책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국내 사과 경쟁력을 높여 수입시장 개방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언젠가 검역 협상이 마무리되면 수입 사과, 배가 들어올 수밖에 없고 우리 사과는 미국, 뉴질랜드산 등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대체 과일 공급, 할인 지원 등에 힘입어 이달부터 농산물 물가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순연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은 “정부는 3월 18일부터 긴급 가격안정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4월부터는 일조 증가, 대체 과일 공급 증가 등 공급 여건이 개선되고 (할인 지원 등) 정부 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물가 상황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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