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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삶의 향기

항상 미소짓게 하는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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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봄 소풍을 다녀왔다. 봄바람 선선히 불고, 나무 틈새로 햇살 내리쬐는 봄 산길을 참선 마을에서 마음공부 하는 도반들과 같이 걸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과 맨살 드러낸 나무들 사이로 연분홍, 진분홍의 진달래꽃들이 피었다. 군락을 이룬 노란 생강나무꽃들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덩달아 봄새들도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좋은 사람들과 봄기운 충만한 숲을 걸으니 약간의 설렘과 반가운 감정이 일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부드러움과 따스함도 느껴진다. 한없는 너그러움도 생기고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일반인 감정·번뇌 수없이 겪어
“너그러운 마음이 사람의 본심”
마음이 감정 따라가지 않게 해야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지난 겨울 홀로 뒷산을 산책하다가 문득 떠오른 ‘산꽃들이 필 때쯤이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풍을 와야지’라는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동안거 내내 선방에 앉아 마음공부 하던 고요함이 쌓이고 쌓여서 봄을 만나니 더욱 생생한 마음의 근원이 느껴진다. 서양 명상의 대가 잭 콘필드의 스승인 태국 아잔차 스님의 ‘마음으로 말하면, 마음은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 마음은 본래 깨끗하고, 마음 안은 이미 고요하다’는 말씀에 저절로 수긍이 간다.

제자가 묻고 스승이 답한다.

“급하고 절실한 일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오줌 누는 것이 작은 일이기는 하나 내가 몸소 가야만 되는 일이다.”

마음을 챙기는 일도 자신의 의지작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불교는 마음의 종교이다.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잘 쓰고, 그 마음의 주인이 되는지에 대해서 시대별로 깊게 연구했던 결과물들이 팔만대장경이다. 지금도 그 연구와 실행은 진행 중이다.

선(禪)의 스승인 달마대사는 “마음, 마음, 마음이여,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으니”라고 했다. 이 말에 법정 스님은 산문집 『말과 침묵』에서 주석하기를 “너그러운 마음은 사람의 본심(本心)이고, 옹졸한 마음은 본심이 아닌 번뇌다. 너그러운 마음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만, 옹졸한 마음은 부자유하게 만든다. 그러니 본심이 아닌 마음일 때는 속히 본심으로 돌이키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달마대사 이후 선가에서는 이 본심에 초점을 맞추고 이심전심으로 전하였다. 그 본심은 청정심이며, 고요하고, 일체의 조작이 없는 늘 여여한 평상심(平常心)이다. 평상심의 반대는 생사심(生死心)으로 개체로서의 자아나 주객의 구도를 바탕으로 하는 작용을 말한다. 즉 분별하는 마음이다.

현대 과학자들이 물질을 분석하여 쪼개고 쪼개어 물질의 근원을 밝히듯, 2500년 전의 불교학자들은 마음을 철저히 해체하여 그 스스로의 성품이 없는 공(空)을 증명해 보이는 연구를 하였다.

마음은 인식작용과 알음알이이다. 이 마음은 영원불멸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생성, 지속, 소멸하는 변화를 지속한다. 1찰나를 1/75초로 보고, 물질이 변화하는 1찰나의 16배나 빠른 속도로 마음은 생멸한다고 초기불교의 팔리 논장 『담마상가니』에서는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마음은 1초에 1200번이나 생멸한다는 이야기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일반적인 사람의 뇌파를 분석하여 하루에 4만7000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이 발표하였는데 초기불교에서의 마음연구에서는 이미 마음의 생멸 변화가 하루에 일억 삼천 번이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마음이 일어나는 것에 따라서 유익한 마음, 해로운 마음, 과보의 마음, 작용만 하는 마음으로 분류하여 그 가짓수를 89가지 마음, 121가지 마음, 21만2021가지 마음으로 분류하고 있다.

마음에는 존재지속심이 있어서 생명을 지속하고, 재생으로 연결해주는 역할도 있다. 이 존재지속심은 한 인식 과정에서 다음 인식 과정으로 넘어갈 때 극히 짧은 순간에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눈, 귀, 코, 혀, 피부, 의식의 여섯가지 인식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여섯 가지의 인식대상을 자아 관념의 필터로 굴절시키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갖가지 감정과 번뇌가 수없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마음공부를 깊이 한 사람은 감각 영역과 마음 영역을 통해서 입력된 정보들이 지혜의 안목으로 여과되어 들어오므로 욕심내고, 화내고, 고집부리는 탐·진·치 삼독심이 일어나지 않고 마음은 평정심이 유지되어 본래의 맑은 상태로 밝게 빛난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므로, 투명한 인식 활동이 일어난다. 이때의 마음은 인과를 갖지 않고 단지 작용만 하는 기쁜 마음이고, 항상 미소를 짓게 하는 마음이다.

날마다 미소 짓고 행복하게 사는 길은 자신을 믿는 것에서 시작된다. 본심인 마음 안은 이미 고요하고, 밝은 지혜가 가득하다. 마음이 감정에 따라가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