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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줄어든 서울 중고교, 남녀공학 바꾸면 인센티브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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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64년 문을 연 춘천 유봉여중은 2025학년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학급과 교사 수를 유지하려면 남학생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재학생과 학부모 반대로 결국 여중으로 남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여학교의 특색과 장점을 더 살리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학생 또는 여학생만 다니는 단성(單性) 학교들이 남녀공학 전환을 고심하고 있다. 시·도교육청도 남녀공학으로 바꾸는 학교에 대해 운영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나섰다. 교육청이 남녀공학 전환을 유도하는 건 학령인구 감소로 단성학교의 모집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1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단성학교에 재정적 지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학교가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3년간 운영비 6억원 지원한다. 학생 생활지도에 필요한 상담 인력 등을 채용할 수 있게 인건비도 3년간 9000만원을 준다. 기존의 화장실 개선사업비(탈의실·보건실 포함) 지원 정책도 유지한다.

2024학년도를 기준으로 서울의 전체 중·고 708개교 가운데 단성학교는 241개교(34%)다. 고등학교는 318개교 중 151개교(47.5%)가, 중학교는 390개교 중 90개교(23.1%)가 단성학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남학생만, 여학생만 모집하기 어렵다는 일반적인 상황이 있다”며 “(3년간 지원하는 건) 중·고교가 각 3년이니까 (공학 전환 후) 1학년생이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연착륙을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학생 배치 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도 있다. 예컨대 집 근처에 여고만 있는 경우 남학생은 더 멀리 있는 학교에 진학해야 한다. 단성학교가 많은 지역에서는 인근 남녀공학 학교의 성비가 불균형하거나, 선호·비선호 학교가 나뉘면서 쏠림 현상이 생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단성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는 성적과 생활 관리 등을 이유로 든다. 서울 목동의 여고 재학생 딸을 둔 한 학부모는 “남녀공학 학부모 몇몇이 후회 아닌 후회를 한다. 아무래도 남고·여고보다 연애 문화를 즐기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여고 교사는 “여학생은 여학생끼리 있는 걸 편하게 여기고, 남학생은 여학생과 내신·수행평가 경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일부 재학생과 학부모의 기피로 남녀공학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단성학교는 실제로 있다. 남고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한 인천 도림고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경인교대 연구팀이 인천시교육청 의뢰로 타당성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설문에 응한 도림고 교원의 90%, 학부모의 76%, 학생의 64%가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했다. 건물 증축 공사에 따른 학습권 침해, 남학생 내신 성적 저하, 생활지도 문제 등을 우려했다.

남녀공학 전환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성 평등 및 진로 교육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도 남녀공학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도민참여단의 설문 결과, 응답자 70%가 단성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학생들은 (남녀가 서로) 교류하면서 성 역할 등에 균형적인 시각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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